부산·울산·경남지역 대형 건설 현장의 골조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소속 건설 인부와 레미콘 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카, 굴착기 등 건설기계 차주들이 화물연대 동조 파업에 나서면서 자재는 물론 인력 공급까지 끊긴 탓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본거지인 울산과 부산,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는 강경 투쟁을 펼쳐 꺼져가는 파업 불씨를 되살리려는 의도”라고 했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공사 현장 335곳 중 32.2%인 108곳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동조 파업으로 레미콘 공급이 끊겼다. 이들 건설 현장에선 작업이 전부 혹은 일부 중단됐다. 울산시도 대형 공사 현장 110곳 가운데 32.7%인 36곳에 레미콘 공급이 안 돼 공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상남도에 따르면 이날 도내 77개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끊겼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도내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40%, 철강은 50%에 불과하다”며 “8일부터 부산·울산·경남지역 건설기계 차주들의 작업 거부가 예정돼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 지역 건설 현장엔 시멘트 공급이 끊겼다. 최근 들어 시멘트 공급이 조금씩 풀리는 모습을 보이자 타설공들이 지난 5일 동조 파업에 들어가 다시 골조공사가 중단됐다. 여기에 철근공 배관공 미장공 등 민주노총 소속 건설인부와 건설기계 차주들도 8일부터 무기한 작업 거부를 선언하면서 피해가 더 확산하는 추세다.

레미콘업계는 매출 감소에 따른 자금난으로 상당수 업체가 도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레미콘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만 3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타설을 비롯한 현장 작업을 할 수 없도록 민주노총이 조직을 동원해 2중, 3중으로 봉쇄했다”며 “현장 기사들이 일하고 싶어도 민주노총 집행부에 찍힐까 봐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타설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입주 지연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업장별로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인원을 반드시 몇 명 채용해야 한다는 ‘나눠 먹기’식 고용 비율이 존재한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이 ‘암묵적인 룰’이 깨져 보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