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영화(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그동안 주로 제조업에 활용된 로봇이 식당, 사무실 등에서 사람의 일손을 도우면서다. 인공지능(AI) 등 다른 첨단 기술과 접목하면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로봇 산업의 혁신을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다.

○성큼 다가온 로봇 배달 시대

우아한형제들의 실내배달로봇 딜리타워
우아한형제들의 실내배달로봇 딜리타워
최근 로봇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업종은 외식 산업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과 트레이드타워에서 일명 ‘실내 D2D(Door to Door)’ 로봇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민의 실내배달로봇 딜리타워가 코엑스몰에서 55층에 이르는 트레이드타워로 음식 배달에 나섰다. 이번 로봇배달 서비스는 지하 2층~지상 55층 규모에 상주 인원이 3600여 명에 이르는 트레이드타워 오피스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사무실 근무자는 최장 30분이나 걸리는 지하 코엑스몰로 이동할 필요 없이 사무실에서 입점 매장 메뉴의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딜리타워는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실내 배달로봇이다. 출입 게이트,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사람의 도움 없이도 복잡한 건물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사무실, 아파트, 호텔 등 다양한 공간에서 딜리타워를 시범 운영하며 서비스를 고도화해왔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장은 “내년을 목표로 배달 로봇으로 테헤란로 인근 식음료 매장에서 오피스나 주거시설로 음식을 배달하는 실내외 D2D 로봇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일하는 바리스타 로봇

엑스와이지의 무인 로봇 카페 엑스익스프레스
엑스와이지의 무인 로봇 카페 엑스익스프레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는 AI 로봇을 활용한 무인 카페 엑스익스프레스의 두 번째 매장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신사옥에 지난달 열었다. 로봇과 바리스타의 협동카페 라운지엑스의 무인 버전인 엑스익스프레스는 지난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첫 매장을 공개했다. 엑스익스프레스는 바리스타 로봇이 주문부터 결제, 제조, 픽업까지 전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의 도움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카카오 판교점에는 AI 기반의 비전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바리스타 로봇은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관련 이미지를 분석해 실시간 상황에 맞춰 동작한다. 음료가 엎질러져 있거나 고객이 로봇을 만지려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로봇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는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태블릿을 통해 간단한 미니게임을 즐기거나 리뷰를 남기면 추첨을 통해 로봇이 서비스 선물을 제공하는 등 신선한 경험을 전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 주방 운영 서비스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는 로봇이 만든 돈가스 브랜드 ‘돈까팡팡’을 최근 내놨다. 웨이브는 다수의 유명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로봇 주방 운영 서비스 및 로봇 판매를 제공하면서 서울 성수와 홍대 지역에서 자체 브랜드 매장 ‘아웃나우’도 운영하고 있다.

신규 자체브랜드(PB)인 돈까팡팡의 돈가스는 웨이브가 자체 개발한 로봇이 튀김 부문을 맡아 자동 조리한다. 웨이브 관계자는 “로봇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방 운영이 가능하며 로봇이 정확하게 조리하기 때문에 모든 손님이 균등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의 주방 로봇은 62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단 2g 이내의 오차로 정량 조합할 수 있다. 최대 350종 이상의 메뉴와 30개 이상의 브랜드를 취급한다. 1시간에 최대 1000인분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웨이브는 이런 로봇 기술을 활용해 주방 운영 전체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샤이바나, 순수덮밥, 베러댄와플, 명인만두 등 누적 30개 이상의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웨이브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집에서도 로봇 이용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주방 조리 로봇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주방 조리 로봇
폐기물 분리배출 자동화 플랫폼업체 주비스는 지난 2월 아파트에서 생활폐기물 배출과 수거를 돕기 위한 자율주행로봇의 실증 작업을 마쳤다. 해당 사업은 대전테크노파크 로봇융합 비즈니스 지원사업의 하나다. 자율주행 로봇 신시장 발굴, 생활폐기물 수거에 최적화된 로봇 솔루션 개발, 생활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경비업체와 입주민 간 갈등 해소가 목적이다.

대전 대덕구 법동 e편한세상 아파트 단지에서 한 달간 주비스가 개발한 생활폐기물 수거 배출 자동화 플랫폼 나달라 앱과 자율주행로봇 전문 스타트업 트위니가 개발한 실외 주행로봇을 활용해 실증을 진행했다. 입주민이 직접 아파트 단지 내 집하장까지 옮겨야 했던 생활폐기물 배출과 관리업체 수거 작업에 앱과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실증 결과물을 바탕으로 배출 데이터 기반의 재활용 폐기물 통계를 확보하고 수거 로봇 서비스를 통한 로봇 대중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AI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는 10월 통영시보건소와 ‘홀몸 치매 어르신 AI 돌봄로봇 ‘통영이’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스터마인드 2019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AI 돌봄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AI 돌봄로봇은 평범한 인형처럼 보이지만 어르신의 말동무 로봇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했다. 어르신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우울증, 치매, 자살, 고독사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한다. 미스터마인드는 어르신과 돌봄로봇의 대화를 통해 쌓인 데이터로 이용해 치매 예측 기준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치매 예측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이번에 통영시가 어르신에게 제공하는 AI 돌봄로봇 ‘통영이’에는 뇌 활동을 증진하는 OX 퀴즈, 인지력 향상을 위한 회상기법이 적용된 옛날이야기, 어르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트로트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장착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