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회장. 사진=뉴스1
지난달 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한 발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글로벌 경기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지금은 소나기를 피하며 살아남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한달 뒤 그룹 경영·인사에 즉각 반영됐다. SK그룹이 줄줄이 '재무통' 출신인 경영진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3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와 치솟는 금리·물가 등 불안한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인 SKC(1조5950억원) SK온(최대 1조3200억원) SK㈜(2900억원) SK텔레콤(2500억원) SK리츠(1090억원) 등이 자산매각과 회사채·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3조5440억원의 조달에 나섰다.

SKC는 지난 2일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필름사업부문인 SKC미래소재 지분 100%를 처분하고 1조5950억원의 매각대금을 일시불로 수령했다. SKC와 한앤컴퍼니는 지난 6월 체결한 매매계약을 이번 매각대금 납입과 함께 완료했다. SK온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를 비롯한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전환우선주(RPS) 6935억~1조3200억원어치를 조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식 발행 시점은 미정이다.

SK는 오는 8일에 회사채 2900억원어치, SK텔레콤은 오는 14일에 회사채 25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SK리츠도 오는 13일 10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찍을 예정이다.

조달금리가 치솟으면서 자금시장이 '돈맥경화'를 보이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유동성 조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유동성 조달과 맞물려 재무통이 경영 일선에 줄줄이 배치되고 있다. SK그룹의 지난 1일 사장단·임원 인사에 따라 SK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승진했다.

SK C&C 사장으로는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승진 임명됐다. 윤 신임 사장은 SK텔레콤 CFO를 거친 재무통으로 SK하이닉스 인수 건과 SK와 SK C&C와 합병 작업 등에 주도했다. 이번에 승진 임명된 김철중 SKIET 사장과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등도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이처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통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불투명해지는 경기 흐름과 맞물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