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안모씨는 올해 들어 급격히 불어난 이자 부담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작년 연 2% 후반대이던 대출금리가 연 6% 가까이로 오르면서 매달 내는 이자만 배 이상 늘었다. 안씨는 급한 돈 2000만원을 추가로 융통하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알아봤지만 카드론은 거절됐고 인터넷은행 대출은 연 11% 넘는 금리가 책정됐다.

올 들어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휜 가계와 기업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감소하던 국내 은행 연체채권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자가 카드값을 갚지 못해 대출로 돌려막는 리볼빙 잔액은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잠재 부실 대출 올 들어 훌쩍

이자 연체·카드값 리볼빙…부실 징후 '꿈틀'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국내 9개 주요 은행의 연체액 규모는 모두 2조7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조4954억원)에 비해 9.9% 늘었다.

국내 은행 연체채권은 2019년 이후 올해 초까지 각종 코로나 금융 지원으로 감소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가계대출은 신용·주택담보대출 모두 연체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나고 있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9월 들어 증가로 돌아섰다”며 “중소법인 대출도 내년 상반기 연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아직 연체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연체에 들어갈 위험이 높은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9개 은행의 요주의이하 여신 잔액은 작년 말 10조1469억원에서 올 9월 10조8890억원으로 7% 넘게 증가했다.

요주의여신은 연체 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거나, 당장 연체 상태는 아니지만 향후 연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대출을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주의이하 여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전체 비율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가 크고 코로나 금융 지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 채권이 늘고 있다는 점은 대출자들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기업 대출의 경우 연말 연초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잠재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디폴트 위험 높아져”

신용카드 부실 위험의 척도인 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잔액도 올 들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9월(5조8570억원)에 비해 20.8% 늘었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일정 비율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넘겨 나중에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연체를 피할 수 있는 대신 연 16% 안팎의 고금리가 적용돼 갈수록 원리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 증가는 결국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징후여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정점에 달할 내년부터 쌓여온 부실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세대로면 은행 평균 대출금리(잔액 기준)는 내년 상반기 연 5%대에 근접해 2년 내 이자 부담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경제주체들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