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주요 인사가 통화긴축을 유지할 거라고 강조하며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세다. 여기에 중국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위기 완화가 겹치며 유가 하락 폭이 증대됐다.

17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95달러(4.6%) 하락한 배럴당 81.64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종가는 지난 9월 30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 4거래일 중 3거래일간 하락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선물(내년 1월물)은 3.08달러(3.3%) 내린 배럴당 89.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된 탓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을 이끄는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전날 “기본적 통화정책의 규칙상 금리는 최소 5%까지 올라야 하며 더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하면 7%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美 Fed 금리 7%까지 올린다는 발언에 유가 4% 급락 [오늘의 유가동향]
불라드 총재의 발언에 달러화 가치가 소폭 상승하며 유가상승 폭을 늘렸다. 이날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0.4% 상승한 105.70을 기록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타일러 리치 공동 편집장은 마켓워치에 “스태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매파적 연준 당국자 발언 등이 원유 시장에 모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도 금리인상 때문에 미국이 내년부터 경기침체에 진입할 거라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완화된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지면서 러시아와 서방간 지정학적 고조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좋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중국발(發) 경기침체도 원유 트레이더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 보건 당국이 중국 본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만2천80명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원유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이다.

중국의 신규 감염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상하이, 창춘 등 중국 주요 도시들이 봉쇄됐던 지난 4월 23일 이후 처음이다.지난 10일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7일 만에 2만 명대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의 봉쇄 우려가 다시 커졌다.

운송비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2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의 하루 운송비용은 9만 6000달러로 뛰어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유조선 가격은 한 대당 1500만달러로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시티그룹은 “화물 운송 가격의 강세가 원유 시장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