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연임' 시진핑, 연일 우방 외교 집중…美는 대만과 관계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집권 3기를 출범시킨 뒤 독일부터 베트남 탄자니아 파키스탄 등과 회담을 이어가며 우방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가 거세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 국가들과 경제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해 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을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대만과 인도 등 중국 인근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달간 5개국과 정상급 회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집권 3기를 출범시킨 것을 기반으로 해외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9월 중국이 주도해 개최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10월 말부터는 연이어 각국 정상 혹은 정상급 인사와 회담을 가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이 대표적이다. 숄츠 총리는 4일(현지시간)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때마침 중국의 민항기 구매를 주관하는 중국항공기재그룹(CASC)은 이 기간에 맞춰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140대를 170억달러(약 24조550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최대 항공·방산기업인 에어버스는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지분 11.1%를 나눠 가진 양대 주주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차이나센터 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며 "공급망의 중심을 중국에서 옮기려는 (미국의) 노력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앞서 다른 해외 정상급 지도자들과 회담을 이어갔다. 지난 1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2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3일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을 연이어 만났다. WSJ은 "시 주석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올해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거의 2년간 만났던 것보다 더 많은 외국 고위 인사와 대면 회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과의 경제 협력 내용도 눈에 띈다. 시 주석은 샤리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재정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파키스탄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650억 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일부인 심해 과다르 항구를 포함해 파키스탄의 주요 광산 및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美, 대만 활용해 中 견제 이어가


미국도 중국의 행보에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숄츠 통리와 통화해 중국 관련, 인권 문제 및 공정무역 관행을 지키기 위한 공동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9일(현지시간)에는 대만과 공식 무역 협상에 나선다.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로 명명된 이번 협상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만이 끼지 못하자 미국과 대만 양측이 별도로 구성한 협의체다. IPEF에는 한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ESEAN·아세안) 등 13개국이 참여해 지난 5월 출범했다. 대만은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별도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과 대만은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역, 규제 관행, 농업, 반부패, 중소기업, 디지털 무역 등과 관련한 합의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인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번주 인도를 방문해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개발도상국의 자금조달과 기후변화, 그리고 내년 G20에서 인도의 리더십에 대한 준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2일부터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15,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양쪽 모두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