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는 철저한 분업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뿐 아니라 패키징을 담당하는 패키징 외주기업(OSAT)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 대만 중국과 달리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국내 OSAT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패키징' 세계 10위권에 한국 기업은 없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세계 3대 패키징 OSAT업체인 대만 ASE, 미국 앰코(AMKOR), 중국 스태츠칩팩(JCET) 등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입지를 넓힌 대만 TSMC의 부상에는 대만 패키징산업의 경쟁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TSMC는 자국 기업이자 후공정업계 글로벌 ‘톱5’에 드는 ASE(1위) SPIL(4위) PTI(5위) 등과 협력하면서 ‘패키징 초격차’를 완성했다.

대만은 세계 후공정 시장에서 52% 점유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ASE는 팹리스(미디어텍)-파운드리(TSMC)-패키징(ASE)으로 이어지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다. 칩모스(9위) 칩본드(10위) 등도 세계 10위권에 포진했다.

한국 기업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세계 5위인 PTI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세계 OSAT 점유율 25위 안에 드는 국내 기업은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LB세미콘 네패스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인력도 부족하다. 국내 패키징 전문 인재는 2020년 기준 5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TSMC의 후공정 연구개발(R&D) 인력이 2010년 2881명에서 2020년 7404명으로 2.6배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TSMC에 파운드리 물량을 독점으로 맡기는 가장 큰 요인이 후공정 기술력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TSMC를 따라잡으려면 서둘러 후공정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패키징은 가공을 마친 웨이퍼를 칩 형태로 자른 뒤 쌓고 묶고 포장하는 대표적인 후공정 작업이다. 선폭이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아래로 접어든 미세공정이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면서 반도체 성능과 효율을 높일 첨단 패키징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