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의 모임인 OPEC+가 감산을 결정하며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울상이다. 원·달러 환율과 금리 상승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유가 상승까지 ‘삼중고’를 겪을 수 있어서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부분자본잠식 상태인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을 본 탓이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연말까지 해소해야 하는 자본잠식 수준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항공유에 5억9209만달러(약 8300억원)를 썼다. 그나마 3분기엔 환율이 오른 대신 유가가 다소 떨어졌는데, 4분기에 유가까지 오르면 이중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유 부담 증가는 물론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 수요가 위축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빈사 상태에 내몰린 저비용항공사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 애경 계열사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환율·금리·유가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다. 연말까지 완전자본잠식이 유력한 상장사들은 증자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재무구조상 문제는 없지만 상반기 항공유 구입에만 13억5222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쓴 대한항공 역시 비용 증가가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정유업계는 이번 OPEC+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 비용이 늘어나긴 하지만 상품 가격도 같이 올라가고, 이 과정에서 정제 마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