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먹기 겁나"…외식물가, 학력고사 때 이후 '역대급' 상승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이같은 모습이 잘 드러난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작년 같은 달 대비 9.0% 뛰었다. 이는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30년만에 외식물가 최대 폭 상승
1992년이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달렸던 해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인 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그해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됐고, 마지막 학력고사가 치러졌다. 그야말로 30년 간 보지 못했던 '역대급' 외식물가 상승률이라는 얘기다.품목별로 보면 치킨 물가가 10.7% 올라 가장 많이 오른 품목으로 기록됐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의 잇딴 가격인상의 여파다. 게다가 마트에서 파는 치킨은 외식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생선회는 9.6% 인상됐다. 최근 가을전어 값이 크게 뛰면서 당분간 수산물 외식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둔화한 뒤 2월에 3.7%,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 등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후 8월 상승률은 5.7%로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 폭이 둔화했으며, 9월에도 작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두 달째 내려갔다.
9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한 데는 국제유가가 한풀 꺾인 영향이 작용했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유가 하락에 7월 35.1%, 8월 19.7%, 지난달 16.6%로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경유(28.4%)는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휘발유(5.2%) 상승률은 상당 폭 둔화했다. 공업제품의 전체 물가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전월 2.44%포인트에서 2.32%포인트로 하락했다.
다만 가공식품은 8.7% 올라 전월(8.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농산물 가격 역시 채소류(22.1%)를 중심으로 8.7% 상승했다. 특히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95.0%)와 무(91.0%)가 큰 폭으로 올랐고, 파(34.6%)와 풋고추(47.3%) 등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축산물은 3.2%, 수산물은 4.5% 각각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6.4% 올라 전월(6.1%)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상승률로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다.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 관리비(5.4%) 등 외식 외 서비스도 4.5%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14.6% 상승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전월(15.7%)보다 오름 폭이 둔화했다. 다만 10월에는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재차 오름세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환율도 물가에 부담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환율 역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채소·과실 등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환율 상승이 만만치 않으니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은 5% 초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5% 오르며 전월(6.8%)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전월(4.4%)보다 상승세를 키웠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1% 올라 전월(4.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다.
어 심의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석유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물가 상승세는 7월에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이후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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