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길 잘했네"...'캐시카우'로 변신한 두산그룹 자회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2008년 두산그룹 인수 직후 적자
고비넘고 흑자행진...두산 캐시카우로
북미 매출 비중 71.3%...달러수입 상당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2007년 5조원가량 들여 인수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이 회사는 손실을 내면서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서 실적이 반등했다. 이 회사는 올들어 강달러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뜀박질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출비중이 높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달 새 13%가량 불었다. 두산그룹은 한 때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이 회사의 매각을 고려했지만 계속 품기로 결심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밥캣마저 매각하면 그룹의 현금창출원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의기 의식이 컸다"고 설명했다.
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익익 컨센서스는 한달 전(7690억원)보다 13.2%(1020억원) 늘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추정치처럼 나오면 두산그룹에 인수된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 실적이 좋아진 것은 달러강세 효과가 컸다. 두산밥캣은 지게차와 소형건설장비(스키드로더) 굴삭기, 트랙터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북미 비중이 71.3%로 가장 높았다. 유럽·중동·아프리카(17.6%), 아시아·남미 등(11.1%)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달러를 받는 거래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달러는 강세, 원화는 약세)를 보이는 만큼 원화로 환산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달러 강세효과에 힘입어 두산밥캣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53.9% 늘어난 3조8592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1.8% 늘어난 5039억원을 올렸다. 올 2분기에 1200~1300원 선에서 움직인 환율이 3분기에 1400원대를 돌파한 만큼 이 회사 실적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두산밥캣과 달리 두산에너빌리티는 달러강세가 반갑지 않다. 달러가 뜀박질할수록 영업외비용으로 회계처리되는 ‘외화환산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이회사의 별도기준 외화환산손실은 1641억원으로 작년(297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외화환산손실과 함께 통화선물을 비롯한 파생상품손실이 올 상반기에 2541억원에 달했다. 작년보다 194.6%나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달러강세로 외화환산손실과 파생상품손실이 불거지면서 올 상반기에 1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상반기(순이익 4500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환율 흐름에 따라 상호 실적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두 계열사로 환 헤지(위험회피)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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