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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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를 맞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최근 2~3년간 ‘슈퍼 호황’을 누렸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감소, 빅테크의 서버 투자 속도 조절 등의 악재가 누적되면서 반도체 주문이 줄고 있다. 확보해놓은 주문이 많아 올해 실적엔 문제가 없겠지만 내년부턴 TSMC, 삼성전자 등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점유율 16.5% 기록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세계 10대 파운드리업체의 매출 합계액은 331억9700만달러다. 지난 1분기(319억5700만달러)와 비교한 증가율은 3.9%다. 2021년 1분기(1.0%) 후 최저치다. 파운드리 시장 매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2021년 3분기 11.8%를 기록한 뒤 세 분기 연속 낮아졌다.

시장 점유율 구도는 그대로다. 1위 TSMC가 53.4%의 시장을 가져갔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0.2%포인트 낮아졌다. 0.2%포인트를 더 가져오면서 16.5%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2위였다. 22·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신규 라인을 안정적으로 가동한 대만 UMC가 점유율 7.2%로 3위에 올랐다.

슈퍼 호황기와 분위기 달라

반도체 파운드리도 '슈퍼 호황' 저문다
파운드리 시장이 D램,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처럼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주문을 넣기 위해 줄을 섰던’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TV, 소비자 가전제품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며 스마트폰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아이폰14과 관련해 초도물량 9000만 대에 600만 대를 추가할 방침이었지만,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같은 완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반도체를 개발·판매하는 팹리스의 주문이 줄고 이는 파운드리 시장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재고 조정의 서막이 3분기에 올라갔다”며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TV용 통합칩셋(SOC)의 주문량이 감소했고 이미지센서, 중저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의 수요도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P모간, “TSMC 투자 줄일 것”

업계 1위 TSMC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TSMC의 4대 고객사인 미디어텍, AMD, 퀄컴, 엔비디아 등 4개 팹리스가 최근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AMD와 엔비디아에 ‘첨단 GPU(그래픽프로세서유닛)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간은 “TSMC의 자본 지출이 2022년 400억달러에서 2023년 360억달러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그동안 받아놓은 주문 영향으로 올해 실적은 괜찮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109억16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매출(187억9600만달러)의 58.1% 수준이다. 올해 전체로는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 최첨단 공정에 생산을 맡겼던 모바일·PC용 칩 개발사들이 주문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 수요가 꾸준한 차량용 반도체에선 대만 업체 대비 약세를 보이는 점 등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