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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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에 대한 국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생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로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퍼지자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정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을 국민연금법 등에 넣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검토

조 후보자는 오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보건복지위원회에 사전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며 "현재 기초 작업인 재정추계를 추진 중이며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연금 인상방안과 연계한 제도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금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이므로, 국회 연금개혁 특위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 하에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후보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정부가 의무 지급하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조 후보자는 "현재 법령에도 지급을 위한 필요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국가 책무가 규정돼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에 따른 국민 불안 완화를 위해 필요시 신뢰도 제고를 위한 지급보장 명문화 검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높이고자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지적에 대해선 "적정 보험료율은 사회적 합의로 결정돼야 하므로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재정추계를 진행 중인 현시점에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 강화 모두 중요한 목표지만 보험료 인상은 이해관계자 의견이 필요하며, 다양한 정책 수단과 함께 관련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며 "향후 개혁방안 논의 시 OECD 권고사항을 참고하겠다"고 부연했다.

조 후보자는 기초연금 인상에 대해서는 "OECD 평균 대비 3배나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 인상은 필요하다"며 "다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재분배 기능이 있어 각 제도의 역할 정립이 중요하므로 기초연금 인상은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없애고 소득 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재분배는 기초연금에 맡기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문성·효율성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복지부 산하에서 독립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선 "기금운용본부 독립 주장과 현행 유지 주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공공성 논의는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해선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수익률이 중요하다"며 "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의 장기적·안정적 수익 증대를 위해 추진되는 투자 정책으로, 책임투자 내실화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논의해 나가겠다. 기금운용의 원칙은 수익성과 안정성 등"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부적정 이용 최소화 필요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사진=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사진=뉴스1
조 후보자는 국민건강보험에 대해서는 과다이용 등 부적정 사례에 대한 관리는 강화하고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적정 혜택은 유지하면서 지출이 급증하는 항목을 재점검하고 과다이용 등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며 "건보 재정 국고 지원을 확대하면서 보험료율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 축소 우려에 대해선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등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심장·뇌수술 등 기피되는 고위험·고난도 응급수술 중심으로 보상을 강화하고 수요는 줄어들지만 꼭 필요한 소아·분만 등 취약분야 인프라 회복 지원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필수·취약분야 중심 보장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적정 이용에 대한 지출을 최소화해 건강보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며 "건보 재정 국고지원 일몰 기한이 도래하고 있어 법률 개정이 필요하며,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정부의 '약자복지'와 문재인정부의 '포용복지'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약자복지는 사회적 약자를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로, 위기 상황에 따라 선별복지도 될 수 있고 보편복지도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약자복지가) 보편적 복지를 배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정부의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사실상의 복지 민영화라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민간의 창의·기술을 활용하고 연계해 질 높은 사회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회 서비스 고도화가 민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조 후보자는 또 "보건의료 정책은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체계 근간을 저해하는 의료 민영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민간 주도 사회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소수 민간 공급자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며, 의료서비스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사회 변화에 따라 돌봄과 의료 통합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복지 연계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통합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