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양자 협의 채널 구성에 합의했다. 양국 간 전기차 협의체가 가동되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 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대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USTR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한 협의 채널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자 협의엔 전기차 문제와 관련된 다른 부처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본부장은 ‘타이 대표가 IRA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 측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측이)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제의식을 보면 법적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타이 대표와는 (아세안 관련 경제장관 회의 등으로) 다음주와 다음다음주에 만날 예정”이라며 “USTR 측과는 매주 만나기 때문에 이 얘기를 계속하자고 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IRA 세부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유리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저와의 협의 외에 실무진 협의도 이른 시일 안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자 협의 채널 가동 시점에 대해서 그는 “미국이 이제 여러 부처가 협의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실제로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별도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은 IRA에 명시돼 있어 미국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