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서 직원이 초저가 치킨을 진열하고 있다./사진=연합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서 직원이 초저가 치킨을 진열하고 있다./사진=연합
요즘 치킨값 배달비에 음료 포함하면 거의 3만원이잖아요. 그 돈이면 마트에서 치킨 3마리는 족히 살 수 있어요. 오랜만에 식구들끼리 모인 명절에는 훨씬 이득이죠.
소비자 김 모씨(32)의 말처럼 최근 대형마트에 1만원 미만 키친이 대거 등장하며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주요 치킨 브랜드 앱 사용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집계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교촌과 BBQ, bhc 등 프랜차이즈 '빅3' 치킨 브랜드의 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는 연초 대비 모두 하락세다.

통상 치킨 앱 이용은 연초와 명절, 휴가철, 국가대표 축구 경기 등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영향과 업계가 자사 앱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할인 캠페인 등을 펼치면서 지난해 치킨 앱 이용자 수도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에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이용자 수는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4만명대에서 움직였던 교촌치킨의 앱 이용자 수는 점점 늘더니 6월 말에 10만 명을 돌파, 같은 해 12월 말에는 17만 명을 넘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BBQ 또한 지난해 엎치락뒤치락 했으나 연초 3만명대에서 연말 5만명 선으로 1.5배 성장에 성공했다.
치킨 '빅3' 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치킨 '빅3' 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런 성장세는커녕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점이었던 연초 대비 교촌치킨의 이용자 수는 최근 35% 감소했고, BBQ는 16%, bhc는 18% 각각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재택근무는 줄고, 수요 급증으로 배달비가 크게 늘고 지난 4~5월에 치킨값이 모두 인상되는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치킨을 비롯한 전반적인 배달 수요가 크게 꺾인 탓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치킨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4% 올라 4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1만 원 미만 치킨 행사도 브랜드 치킨 소비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6월 30일 홈플러스가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선보인 이후 롯데마트는 기존가 1만5800원의 '한통치킨'을 44% 할인된 8800원에 팔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7월부터 9980원의 '5분 치킨'을 내놓았다가 6980원에 파는 할인 행사도 벌였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에 치킨을 사기 위해 마트에 줄이 길게 늘어선 진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해 주요 외신들이 '치킨 가격 전쟁'이라며 보도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치킨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최근 고물가 시대를 맞아 빚어진 현상"이라면서 "밥상 물가를 비롯해 물가 부담이 가계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배달 음식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료값 인상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주는 파장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규모의 경제를 지닌 마트와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