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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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를 끌어내릴 재료가 마땅히 안 보인다.”

달러 가치가 2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킹 달러(king dollar)’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 일변도였던 달러는 지난달 26일 “지금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멈출 때가 아니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매파적 연설 이후 ‘초강세’를 탔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9를 뚫고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1350원을 상향 돌파했다.

○“1400원도 안심할 수 없다”

달러값 20년來 최고…"지금 신규 투자하기엔 리스크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의 평균이 약 1130원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는 물론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원화와 상당한 상관성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가 약세라는 점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 압력도 커지고 있어 환율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8월 중순 이후 중국 실물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위안화 약세 압력이 원화 추가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심심찮게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에선 1300원, 1350원이 잇따라 뚫리면서 1400원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다”며 “원화와 같은 블록에 속한 위안화, 싱가포르달러, 대만달러에 비해 원화 약세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당국의 강력한 개입 외에는 환율 상승을 멈춰세울 재료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Fed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외에 유로존과 중국 경제의 불안,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견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 대부분의 재료가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며 “주요 기관 사이에서 지금으로선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달러 신규 투자엔 신중해야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 변동성이 크고 원화 가치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선 투자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이렇게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장에서는 전문투자자도 섣불리 방향을 잡을 수 없다”며 “성급한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허도경 신한PWM목동센터 PB팀장은 “안전자산을 보유한다는 의미에서 달러 투자의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환율 레벨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과거에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몰라도 지금 원화를 달러로 바꿔 신규로 투자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가 달러에 투자하려면 원·달러 환율이 최소한 1250원 밑으로 내려왔을 때 분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초보자라면 은행 외화 예금이나 증권사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이용해볼 만하다. 이자는 사실상 없지만 환율이 떨어졌을 때 돈을 넣어놨다가 올랐을 때 인출하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는 단순한 구조다. 단 환전·입출금 수수료와 소액이나마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달러 가치에 직접 연동해 가격이 오르내리는 상장지수펀드(ETF)나 달러채권ETF, 달러 표시 회사채 등은 더 적극적인 달러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달러 ETF의 경우 KODEX미국달러선물ETF, 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 등이 대표적이다. ETF는 환전 수수료가 없지만 연 0.2~0.4%대 운용 수수료가 있고,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세금을 아끼려면 연 2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 ETF를 사는 방법이 있다. 중개형 ISA는 수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9.9%로 분리과세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