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가공식품뿐만이 아니다. 김밥, 샐러드, 샌드위치 등 채소를 주요 식자재로 사용하는 음식도 대거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초 사상 초유의 폭우로 전국 주요 산지가 직격탄을 맞았을 때부터 예상된 흐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김밥은 ‘베지플레이션(채소+인플레이션)’의 습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품목으로 꼽힌다. 25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김밥 한 줄은 1년 전(평균 2731원)보다 7.8% 오른 2946원에 판매됐다. 3000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게 프랜차이즈업계 시각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시금치, 오이, 당근 등의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와 농산물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시금치(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72.9%), 오이(45.4%), 당근(75.2%)의 ㎏당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올해 들어 두 번 가격을 올렸다. 지난 1월에 이어 7월 대표 제품인 15㎝ 샌드위치 가격을 평균 5.8% 인상했다. 제품별 가격은 300~500원 비싸졌다.

써브웨이는 빵과 육류를 고른 뒤 아홉 종의 채소와 두 종류의 치즈를 기호에 맞게 주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로 물류비와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피망(204.5%), 양상추(51.6%), 토마토(57.0%), 양파(39.6%) 등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급등한 게 직격탄이 됐다. 투고샐러드, 샐러디 등 샐러드 판매업체들도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채소값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올해 내내 이어진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작황이 최악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양배추, 시금치 등 잎채소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인데 봄 가뭄과 여름 폭우·폭염 ‘3연타’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 토마토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광합성에 지장을 받아 출하량이 급감했다.

오이는 강원지역에서 야간에 기온이 떨어지는 바람에 작년보다 병해 피해를 본 작물이 늘어난 실정이다. 농촌 지역 인력난도 구조적인 부담 요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업계에선 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도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