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 삼성전자 제공
주요 대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2050년까지 제조공정에서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간 이니셔티브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사례가 늘어난 것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친환경 전기’의 비싼 몸값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REC)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RE100을 추진하는 기업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사용량 30% 늘어

삼성전자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5278GWh로 집계됐다. 2020년(4030GWh)보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30%가량 늘었다. 이 회사의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친환경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분의 1선이다. LG전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발표한 2021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열량 단위인 TJ로 환산해 발표했다. LG전자의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20년 85TJ에서 지난해 252TJ로 약 3배 증가했다.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분의 1 안팎이다. 현대자동차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2020년 7만376MWh였던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지난해 12만171MWh로 급증했다.

RE100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RE100 참여 기업은 2020년 6개였으나 지난달까지 21개로 2년도 되지 않아 2.5배로 늘었다. RE100 가입 기업 수는 미국(96개), 일본(72개), 영국(48개)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요 대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평판이 중요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18일 REC 가격은 평균 6만5146원이었다. 지난해 8월 평균 거래 가격이 2만9912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가격이 2배 넘게 뛰었다. 장기계약한 기업에 적용하는 가격은 이보다 낮지만, 추세적 상승세는 현물가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친환경 전기 가격이 뛴 것은 에너지 공기업에 부여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였던 RPS 비율이 올해 12.5%로 오르면서 발전사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웃돈을 주고 친환경 전기를 사들였다. 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REC 가격이 오른 배경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RE100 참여 기업의 REC 구매를 허용했다. REC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RE100 국제적 투자 장벽 될까

REC 외에도 녹색 프리미엄과 전력구매계약(PPA) 등의 제도가 있다. 녹색 프리미엄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PPA는 발전사업자의 전기를 한국전력이 사들인 뒤 기업에 되파는 형태라 수수료가 비싼 데다 가격 탄력성도 떨어진다. 민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를 사들이는 비용이 오르면서 다른 제도를 통한 구입 비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재생에너지 수요 급증에 대비해 생산과 거래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친환경 전기 시장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인 데다 공급 자체도 많지 않다”며 “해외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현지 조달을 먼저 추진하는 것도 국내 수급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북미 등에 비해 제한적인 것도 부담이다. 유럽, 북미 등과 달리 지리적 여건으로 전력 계통이 고립된 구조인 것 역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RE100 등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국제적 투자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도록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구체적 RE100 정책 방향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REC를 구매하는 경우 이를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구매한 REC를 국내에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같은 방안이 기술적으로 현행 제도 내에서 가능한지 등 검토에 돌입한 상태다. 해외에서 구입한 REC가 국내에서 인정된다면 국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REC를 6만4586MWh 구매했다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그리드(전력망)가 연결된 국가들 사이에 상호 구입한 REC를 인정해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전력망이 연결된 유럽 국가 사이에서는 다른 국가에서 구입한 REC를 일정 비율로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REC를 국내에서 어떤 비율로 인정할 것인지, 어떤 국가와 협의할 것인지 등 세부 사안은 주요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연내 개최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에너지 당국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위원회 측과 검토·협의해나가기로 했다.
REC 가격 껑충…해외 구매분 국내 인정 검토
김소현·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