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위해 6개월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정책대출 상품을 6조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125조원+’ 규모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 데 이은 추가 대책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물가와 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중소기업의 애로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변동금리 대출 수준으로 부담을 낮춘 고정금리 대출을 6조원 규모로 새로 공급한다. 이후 6개월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가운데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나중에 금리가 내려갈 땐 변동금리로 갈아타고 싶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옵션을 부여했다”며 “정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회사 자체 재원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내년 시행 예정)를 면제해 소규모 기업의 회계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대출과 보증 등도 지원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배드뱅크인 ‘새출발기금’ 등을 골자로 한 ‘125조원+’ 민생안정 대책에 대해서도 수혜자가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신설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부실 차주의 대출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과 관련해 금융권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빚 탕감은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이미 운영해온 제도인 데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외 리스크 점검과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며 “부채 탕감과 관련해선 여러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잘 설명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금산 분리 규제 완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금융전업주의를 완화하고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기존 금융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가상자산 생태계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유망 비상장회사 투자 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도입하는 등 민간 모험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자본시장 영역에선 대주주·임원의 주식 매도 때 처분 계획 사전 공시 의무 부과, 물적 분할 자회사 상장 때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각종 투자자 보호 장치 방안을 담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