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이 앞다퉈 투자와 채용을 늘리고 있다. 보안 등의 이유로 외국계 기업 진입이 제한된 정부와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클라우드는 기업에 서버, 소프트웨어,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공간) 등의 정보기술(IT) 자원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탄력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KT 투자 규모 확대

"공공 클라우드 시장 잡아라"…몸집 키우는 KT, 2조원 투자
28일 IT업계에 따르면 KT클라우드는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3년간 최대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KT가 지난 6월 밝힌 ‘5년간 1조7000억원’보다 금액은 늘고 기간은 단축됐다. KT클라우드는 4월 KT에서 분사했다.

KT클라우드는 핵심 인프라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용량도 늘리기로 했다. 상장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100㎿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신설한다.

토종 클라우드 업체 중 1위로 평가받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현재 개발자 25개 직군, 엔지니어 17개 직군에서 경력직을 모집하고 있다. ‘비용 효율화’를 선언한 모회사 네이버와 사뭇 다른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NHN에서 분리된 NHN클라우드도 다음달 3일부터 17일까지 ‘2차 채용 시즌’을 진행한다. 개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획 등 대부분 직군에서 사람을 뽑는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개선하고 있다. 지난 26일엔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성능이 강화된 서비스를 공개했다.

국내 클라우드, 2025년 10조원 시장

토종 업체들이 외형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 및 활용 측면에서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6조5000억원 규모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2025년 10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공공 영역에서 클라우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도 디지털 전환(DX)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행정안전부가 8600억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행정·공공기관 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추진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도 ‘공공 분야에 민간 클라우드 및 상용 소프트웨어(SW)를 우선해 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은 ‘망 분리’ 요건 등을 충족하기 어려워 참여가 제한된다”며 “국내 기업으로선 공공영역이 실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와 진검승부는 ‘아직’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 않다. 민간 기업 대상 클라우드 시장은 외국계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3사의 순수 클라우드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1000억원을 밑돈다”며 “기술 등의 측면에서 외국계 업체 대비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지난 26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공개한 2분기 클라우드 사업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경기 위축으로 클라우드 지출액을 줄인 기업이 많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