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78%, 마크제이콥스 76%, 맥북 77%."
경기 고양시 리씽크 재고센터에 맥북을 비롯한 전자기기가 판매대에 놓여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경기 고양시 리씽크 재고센터에 맥북을 비롯한 전자기기가 판매대에 놓여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2019년 1월 문을 연 재고전문몰 '리씽크'가 선보이는 제품 할인율입니다. '저렇게 팔면 뭐가 남지?' 싶을 수 있지만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회사 설립 이후 3년간 쭉 상승세를 그렸습니다.

2019년 1월 문을 연 리씽크는 재고를 판매하는 업체입니다. 소비자에게는 사용한 적이 없는 새상품재고와 사용감이 있는 리퍼재고, 고객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재고를 높은 할인율에 재판매합니다. 리씽크에 재고를 넘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리씽크의 창업자 김중우 대표(46)가 '리씽크몰'을 기획하는 데는 그의 중고나라 공동창업 경험이 영향을 줬습니다. 김 대표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의 창립멤버이기도 한데, 중고나라 이용자들이 제품을 사고 파는 사례를 분석해보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재고가 상당수 거래된다는 점을 알게됐습니다.

창업 첫해 매출 100억원에서 지난해 536억원으로 436%↑

김중우 리씽크 대표. 사진=리씽크 제공
김중우 리씽크 대표. 사진=리씽크 제공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창업 첫해인 2019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 불어난 53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1억4000만원, 2020년 6억5000만원, 2021년 10억30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6일 경기 고양시 리씽크 재고센터에서 김 대표를 만나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들어봤습니다. 김 대표는 센터에 진열된 제품을 소개하며 높은 할인율에 판매하는 재고상품이긴 하지만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리씽크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취급 품목 수(SKU)는 2만여 개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의 전자기기를 비롯해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발리 등 고급 브랜드의 패션잡화도 판매합니다. 카테고리별 매출구성비를 보면 전체 매출액의 50%가 디지털 가전기기에서 나옵니다. 이외에 25%가 패션잡화, 10%가 식품화장품, 가구가 10%를 차지합니다.
경기 고양시 리씽크 재고센터에 가방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경기 고양시 리씽크 재고센터에 가방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약 2만개의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리씽크 물류창고로 들어오게 되는 걸까요. 리씽크가 벤더사에 재고상품을 요청하기도 하고, 벤더사가 재고를 처분해달라며 리씽크에 먼저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유독 인기가 많은 제품은 리씽크몰 측이 판매 추이를 유심히 모니터링하다가 벤더사 측에 "판매 이후 남은 것이 있으면 재고를 넘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통상 인기 제품이라고 하면 당연히 재고가 없을 것 같지만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제품이 과잉생산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더해 반품된 제품이나 매장에서 전시했던 제품까지 모두 리씽크몰이 다시 판매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100만원에 샀던 제품이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30만원에 판매한다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리씽크의 제품 유통 구조에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도 반영돼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새제품을 개봉해 포장 상태를 바꿈으로써 낮은 가격에 판매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만드는 겁니다. 실은 가격을 낮추려는 이유만으로 굳이 새제품을 뜯는 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하자가 없는지 검수절차도 진행됩니다.

"가격 저렴한데 정품 맞을까요?" 질문에 대한 대답

경기 고양시 리씽크 물류센터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경기 고양시 리씽크 물류센터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가격이 저렴하면 소비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상품이 가품은 아닐까' 의심을 하는 겁니다. 실제 온라인 포털에 '리씽크'를 검색하면 "가격이 너무 저렴한데 정품 맞을까요?"라는 게시글이 뜨기도 합니다.

김 대표는 이런 걱정에 대해 "우리 제품은 출처가 명확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해외 구매대행의 경우 제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가품일 가능성도 있지만 리씽크의 매입처는 국내 면세점이나 편의점, 해외 백화점 납품업체가 대부분으로 가품 우려가 적다"고 말했습니다.

리씽크는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서울 구로구 개봉동과 경기 고양시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개봉동 매장을 테스트마켓처럼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 골프 시장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향후 골프 상품군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 리씽크에서는 PXG 골프 클럽을 병행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는 "리씽크몰에서 주문을 받으면 협력업체를 통해 미국 PXG 골프 본사에서 제품을 수입한 뒤 전화피팅을 통해 샤프트와 헤드를 조합해 판매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재고 물량 확대도 김 대표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일례로 호텔 객실의 공실이 발생하면 이를 저렴한 가격에 리씽크에서 판매하는 겁니다.

올해 목표는 연매출 1000억원, 회원수 100만명

경기 고양시 리씽크 물류센터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경기 고양시 리씽크 물류센터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김 대표는 리씽크 취급 상품군 확대를 통해 올해 연매출 1000억원, 회원수 1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달 기준 회원수는 65만 명입니다. 김 대표는 "리퍼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백마켓이 최근 5조원 가치를 평가받았다"며 "향후 중고, 리퍼, 재고 등 '세컨드마켓'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재고 유통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를 비롯한 상위 30대 상장사의 재고자산 규모는 148조429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2% 늘었습니다. 이달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재고 부문이 103.6을 기록해 재고 과잉을 보였습니다.

2020년 코어자산운용으로부터 25억원 투자 유치를 받은 리씽크는 내년 중 추가 투자를 받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김 대표는 "향후 관련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씽크가 기업의 재고 소진 '파이프라인'으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