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인치 벤더블 OLED. LG디스플레이 제공
42인치 벤더블 OLED. LG디스플레이 제공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경향이 확고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40형대 중형급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판’이 커지고 있다. 경제 침체 여파로 전체 TV 시장은 주춤하지만, 구매력을 갖춘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성능 세컨드 TV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이밍 TV’로 입소문을 탄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40형 OLED TV 판매량 50% 급증

2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42형과 48형 OLED TV 판매량이 142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95만 대) 판매량보다 약 50% 급증한 수치다.

40형대 OLED TV 성장세는 최근 글로벌 TV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꾸준히 성장을 이어갔던 TV 시장은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역성장이 예견된다. 옴디아는 올해 전체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 줄어든 2억897만 대로 내다봤다.
42형 LG 올레드 에보. LG전자 제공
42형 LG 올레드 에보. LG전자 제공
반면 40형대 OLED TV 시장은 LG전자가 2020년 48형 올레드 TV를 처음 선보인 이후 매년 판매량이 늘고 있다. LG전자 이후 소니나 파나소닉, 필립스, 하이센스 등이 잇따라 48형 OLED TV 출시 대열에 합류하면서 중형 TV 시장이 본격 형성된 덕분이다.

전 세계 판매되는 40형대 OLED TV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은 모두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48형에 이어 올해부터 42형 OLED TV 패널도 양산하고 있다.

유럽 시장·게이머들 사이서 인기

업계는 올해 40형대 OLED TV 판매 흥행의 배경으로 유럽 시장에서의 인기를 꼽는다. 현재 40형대 OLED TV의 50%가량이 유럽 지역에서 판매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시장”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을 갖춘 유럽 소비자들에게 고성능 세컨드 TV로 알려지며 판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40형대 OLED TV는 게이머들 사이에선 ‘게이밍 TV’로 수요가 높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모니터보다 응답속도가 빠르고 입체적인 화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꼽힌다. 콘솔 게임이나 고사양 PC 게임을 즐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LG 올레드 TV 48인치. LG전자 제공
LG 올레드 TV 48인치. LG전자 제공
업계는 향후 40형대 OLED TV 시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지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옴디아는 내년 40형대 OLED TV 판매량이 16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OLED TV 매출 중 40형대 TV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처음 두 자릿수인 10%를 넘을 전망이다.

프리미엄 TV 시장 수요가 견고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옴디아는 최근 올해 1500달러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판매량을 기존 409만 대에서 470만 대로 약 15% 높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40형대 OLED TV는 거거익선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세컨드 고성능 TV’, ‘게이밍 TV’라는 LG의 역발상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해낸 것”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분석해 틈새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