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테크기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증한 인건비가 꼽힌다. 최근 1~2년간 이어진 개발자 스카우트 경쟁과 직원 잡아두기용 연봉 인상이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다.
실적 먹구름 낀 네이버·카카오…개발자 확보 전쟁 '후유증' 온다

◆커진 인건비 부담

21일 정보기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개발운영비(인건비) 추정치는 4967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3996억원)보다 24.3%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은 25%로 1분기(24%)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의 인건비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분기 인건비는 4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8% 급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은 24.5%다. 전년 동기(22.3%)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치다.

게임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인건비 추정치는 2229억원이다. 2분기 인건비를 매출과 비교하면 35.5% 수준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의 인건비는 119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28.0% 증가한 수치다. 이 밖에 SK텔레콤 등 통신사의 2분기 인건비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호황 때 늘린 인력 ‘부메랑’

테크기업의 인건비 증가세는 자초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비대면 경제가 확산하고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투자를 늘리면서 테크기업들이 호황기를 맞았다. 인력 채용 수요가 커졌고 이는 스카우트 경쟁으로 이어졌다. ‘코딩 능력이 뛰어난 개발자를 데려오려면 연봉 2억원은 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초 넥슨, 넷마블이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렸다. 크래프톤이 직원 연봉을 2000만원 일괄 인상하면서 불이 붙었다. 집토끼부터 지켜야 하는 테크기업들은 예년보다 높은 연봉 인상률을 제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신사업에 뛰어들며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에 나선 점도 인건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네이버 직원은 4604명으로 1년 전(4051명)보다 13.7% 늘었다. 카카오 직원은 작년 말 기준 3303명으로 1년 만에 20.2% 급증했다.

◆“하반기엔 비용 감소할 것”

엔데믹으로 비대면 경제 수요가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지출이 줄면서 테크기업이 늘려 놓은 인건비는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03억원, 카카오는 176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네이버 4.4%, 카카오 8.4%다. 20%를 웃도는 두 회사의 매출 증가율 추정치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급증한 인건비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을 크게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증권은 카카오에 대해 “비용이 30% 이상 증가해 2분기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실적에 대해서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테크기업들이 앞다퉈 ‘하반기 비용 효율화’에 나서며 “신규 채용 인원을 동결하거나 줄이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