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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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뭄과 장마, 폭염 등의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폭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고구마 가격만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고구마 가격이 올라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올 들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과잉으로 고구마 가격 하락세

15일 농산물 가격 예측 시스템 ‘팜에어·한경’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고구마 도매 가격은 ㎏당 1213원으로 전월 평균 가격 대비 17.3% 떨어졌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6.8% 하락했다.

이 시스템이 가격을 집계하는 22개 농산물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떨어진 작물은 고구마와 파프리카뿐이다. 나머지 20개 농산물은 봄가뭄으로 인한 생육부진과 장마, 폭염 등이 겹치면서 모두 가격이 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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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시장에 물량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고구마 가격은 최근 2년간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고구마 평균 가격은 ㎏당 2520원으로 최근 10년간 평균 가격(1901원)에 비해 32.6%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2020년 고구마 평균 가격은 2599원으로 지난해보다 더 비쌌다.

고구마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산지에선 재배면적을 앞다퉈 늘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만948㏊였던 국내 고구마 재배면적은 2020년 2만2262㏊, 지난해 2만3236㏊로 늘어났다. 재배면적이 늘어나자 출하 물량이 급증했고,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풀리는 고구마는 지난해 수확한 저장 고구마”라며 “재배면적 확대로 지난해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구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앞으로 고구마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채류를 주로 취급하는 청과도매업체 관계자는 “올 가을 햇고구마가 출하되기 전 지난해 수확한 저장 고구마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며 “햇고구마가 나오면 가격이 다시 올라가긴 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론 예년에 비해 좋은 가격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API 170 돌파

고구마와 달리 다른 농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추 가격은 ㎏당 5386원으로 전주 대비 71.9% 급등했다. 전년 동월 대비해선 세 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장마와 폭염이 교대로 겹친 탓이다. 양배추와 토마토 가격은 각각 전주 대비 51.9%, 50.7% 올랐다.

㎏당 1만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던 상추 가격은 8864원으로 전주 대비 26.9% 하락했다. 그러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가량 비싼 가격이다.

과거 농산물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인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는 170.8을 기록했다. 2주일 전(118.8)보다 52.0포인트 급등했다. KAPI는 100보다 높을수록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박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