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기업 간 거래) 중심이던 사무기기업계가 최근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집 안을 사무실과 같은 효율적이고 편리한 업무 환경으로 만들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서울 서소문, 여의도 등 주요 거리에 휴대용 프린터, 문서 스캐너 등 사무기기를 사용해볼 수 있는 곳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후지필름BI와 협업 도구 업체 플로우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시내에 사무기기 체험형 공간으로 쇼룸을 선보였다. 한국후지필름BI 쇼룸엔 ‘오피스존’과 별개로 ‘홈 존’도 운영 중이다. 플로우는 동여의도, 서여의도에 이어 지난 3월 강남에 체험 공간을 열었다.

주력 제품군에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B2B 사무기기 업체들은 최근 제품에 핵심 기능만 넣고 크기를 줄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 중이다. 가격도 낮췄다. 한국후지필름BI의 디지털 소통 기기, 한국 엡손의 문서 스캐너, 캐논코리아의 휴대용 프린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후지필름BI는 지난해 기존 모델보다 부피를 40% 이상 줄인 컬러 복합기 등을 핵심 상품으로 밀고 있다.

사무기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든 직원이 한 공간에서 모여 일하는 전통적인 근무 방식을 선호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소통만 되면 집과 카페 등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원격근무 제도를 전격 도입하는 기업도 많아지면서 B2C 사업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새로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사무기기 업체들이 개인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존 B2B 사무기기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전언이다. 한국후지필름BI 측은 “화상 회의나 문서 작업을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기를 더 많이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