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이 2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자동차·항공기 부품 등 핵심 산업 소재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요소수 파동으로 촉발된 중국발(發) 공급망 대란에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관세청 품목분류체계(HS)를 통해 올해 1~5월 주요 수입 품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제조업 핵심 소재 상당수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차체 및 항공기 부품 경량화에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을 제조하기 위한 필수 소재인 마그네슘 잉곳(주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했다. 전자제품 경량화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도 작년 85.7%에서 올해 89.8%로 높아졌다.

2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산화리튬 산화코발트 황산코발트 인조흑연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평균 94.5%로 작년(87.6%)보다 올라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재료 공급이 끊기는 순간 국내 2차전지 소재·완제품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 여파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을 선언한 후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소폭 하락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의존도는 2019년 32.2%에서 올해 9.5%로, 포토레지스트는 85.5%에서 76.2%로 낮아졌다. 정부가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한 나머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 공급망이 원자재뿐 아니라 값싼 범용제품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 대해 경제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생·보온 용기와 우산 양산 등을 중국에서 90% 이상 수입하는 상황에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생활필수품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자재와 범용제품 공급망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언제든지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