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올해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제공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40조원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수출업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이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도 "세부 내역과 향후 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6월 한국의 수출액은 3503억 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더 가파르게 늘면서 상반기 103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긴축 가속화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세계 교역량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력 품목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수출업체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추 부총리는 "중소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 실적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항공·해상 등 수출 물류비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하반기에도 수출업체들이 처한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들은 기업들이 해외에 물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추 부총리는 "중소·중견 수출기업 등에 대해 무역금융을 올해 당초 계획한 261조3000억원 대비 약 40조원(15.3%)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수출 보증 등의 무역금융을 올해 최소 301조3000억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약 130조원의 무역금융을 제공한 상황이다.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업체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들의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수입보험도 1조3000억원 규모로 공급하고, 수입환변동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6개 권역별 환변동 관리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공장을 가동해도 물류 차질로 인해 물건을 제때 해외로 보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이 장관은 "국제 해상운임이 안정될 때까지 월 4척 이상의 임시 선박을 지속 투입하는 한편 중소기업 전용 선복도 현재보다 주당 5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늘려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하반기부터 2500여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온·오프라인 병행 수출 상담회 등을 통해 수출업체의 수출 기회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업계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근로시간제 개선과 외국인 고용 확대를 위한 비자제도 개선 등도 함께 추진한다.

이 장관은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방안도 조만간 수립해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