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악마 보스’가 결국 칼을 뽑았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얘기입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주 “테슬라가 일을 시작한 지 몇 주 혹은 몇 달밖에 안 된 신입사원들을 내보내고 있다”며 “매니저급도 예외가 아니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 네바다주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직원 2명은 회사 측을 고소했습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테슬라 공장 직원 5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 관련 직원도 칼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 오토파일럿 사무실을 폐쇄했고 여기서 일하던 350명의 직원 중 20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지난달 29일 전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초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예감(super bad feeling)이 든다”며 “테슬라 직원을 10% 줄여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블룸버그 주최 행사에서도 “석 달 내 정규직을 10%가량 줄이는 대신 시간제 근로자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며 감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머스크는 ‘악덕 사장’인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머스크의 행보는 냉혹합니다. 노동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도 해고는 껄끄러운 이슈입니다. 이러한 사안에 굳이 ‘스타 CEO’가 나서 본인의 이미지를 훼손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타의 회사처럼 조용히 공시를 내거나 인사 담당 임원이 발표하면 그만입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이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어떤 뉴스에만 등장하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왜 이러한 악역을 자처하는 걸까요.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사장’이기 때문일까요.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합니다. 혁신 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주식회사는 이익의 일부를 배당하거나 주가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주주를 위해 움직입니다. 테슬라는 2010년 상장 후 10년간 적자를 버텨냈습니다. ‘테슬람’이라 불리는 강성 주주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줬기에 미국 증시 시가총액 5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머스크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여러 차례 믿고 지지해준 주주들에게 감사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테슬라의 한 직원이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로봇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의 한 직원이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로봇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돈보다 사명을 좇는 자

머스크는 그러나 주주나 시장을 맹신하진 않습니다. 2013년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그는 기업공개(IPO)에 다소 회의적입니다. 기업을 세우면 으레 상장을 꿈꾸는 여타의 CEO와 생각이 다릅니다. 테슬라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자금 부족으로) 상장을 선택했다고 고백합니다. “상장기업의 주가는 극심하게 요동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애슐리 반스《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테슬라의 사명(社命)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to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energy)’입니다. 이것은 CEO인 머스크가 일생을 걸고 추구하는 미션입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그 리스크를 줄이도록 노력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이상주의자다.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걸 보고 말겠다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찰스 모리스《테슬라 모터스》) 그는 돈보다 사명(使命)을 좇는 자입니다. 직원이나 투자자의 신망을 얻는 것은 그의 제1 관심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단에 가깝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입니다.

스페이스X, 테슬라, 솔라시티에 돈을 댄 벤처투자가 스티브 저벳슨은 집투(Zip2) 창업 시절부터 머스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는 반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론은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C급과 D급 직원을 용납하지 않아요. 바보 같은 사람을 견디지 못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본인을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에겐 면전에서 가차 없는 비판을 했고, 일을 해내는 직원은 차를 태우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다닐 정도로 살갑게 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지시를 즉각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똑똑한 인재를 원했습니다.

직원 3000명 일일이 직접 면접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명문 대학에서 최고 성적을 낸 학생을 집중적으로 채용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학생이 주된 타깃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초창기에 직원 3000명을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면접해서 채용했습니다. 회사가 커진 후에도 엔지니어의 면접은 꼭 참여했습니다. 그러느라 늦은 밤과 주말까지 회사에 남아있기 일쑤였습니다. “사기꾼들은 넘치고 진짜 물건은 많지 않아요. 대개 15분 정도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며칠 같이 일해보면 확실히 알게 됩니다” (리프트오프 《에릭 버거》)

테슬라나 스페이스X에 들어가려면 어떤 관문을 통과해야 할까요. 우선 대부분 미국 기업은 한국처럼 대졸자들을 한 번에 뽑는 공개채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처럼 누구나 선망하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은 철저히 명문대생 위주로 알음알음 구직 제의를 합니다. 지원자는 500줄 이상의 코드 작성 시험과 혹독한 질문 세례를 받고 난 뒤 ‘끝판왕’ 머스크의 면접을 통과해야 합니다. 면접 시간은 30초~15분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스페이스X에서 채용 담당자로 5년간 일한 돌리 싱은 면접자에게 이렇게 경고하곤 했습니다. “면접 초반에 머스크가 업무를 보면서 당신을 무시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적당한 때가 되면 여러분에게 말을 걸 겁니다”(애슐리 반스《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면접이 시작되면 머스크는 강렬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봅니다. 그는 상대의 지식이 아니라 사고능력을 시험하고 싶어 했습니다.

가령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깃발과 나침반을 가지고 지구상 어딘가에 있다고 칩시다. 깃발을 땅에 꽂고 나침반을 보니 남쪽을 가리키고 있어요. 당신은 남쪽으로 1.6㎞ 걸어갑니다. 방향을 꺾어서 동쪽으로 1.6㎞ 걷고 다시 북쪽으로 1.6㎞를 걸어갑니다. 그랬더니 깃발이 있던 자리에 돌아와 있습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면접장에서 CEO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몇 명이나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그와 만난 순간,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압박 면접을 거쳐야 하고, 입사해도 상시 야근에 CEO가 “더 열심히 탁월하게 일하라”고 직원들을 압박하는 회사.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그런데도 전 세계 젊은 인재들에게 선망의 기업입니다. 글로벌 인적자원(HR) 컨설팅업체 유니버섬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대졸 공학도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 1위가 스페이스X, 2위가 테슬라였습니다. 이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에 비해 월등히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작년 테슬라의 임직원 연봉 중간값은 S&P500 상장사 톱10에 들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이 회사엔, 아니 머스크에겐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2004년 테슬라모터스에 합류한 이후 머스크는 끊임없이 세간의 조롱을 받아왔습니다. 민간 로켓회사, 전기차, 자율주행, 태양광, 인공지능까지 그가 손댄 사업 대부분 터무니없는 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월가의 공매도 세력은 “‘우주 최고 거품’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머스크를 ‘애송이’ 취급하며 경쟁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비전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괴짜’라 불리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스페이스X 초기, 대학 동기의 추천으로 ‘재미 삼아’ 회사에 들른 23살 공학도 브라이언 벨데는 깜짝 놀랍니다. “그냥 텅 빈 공장이었습니다. 탄산음료 자판기 하나 달랑 있었어요. 누군가 제게 다짜고짜 로켓 추진체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엉겁결에 머스크와 면담까지 했습니다. “그가 우주여행 문명을 세우겠다더군요”(리프트오프 《에릭 버거》)

혼란스러운 며칠이 흘렀습니다. 새벽 1시, 머스크의 비서에게 이메일이 날아옵니다. “스페이스X에서 일하시겠습니까?” 벨데는 머스크의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그와 함께한다는 것은 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말도 안 돼, 화성에 간다니”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 머스크가 면접에서 던진 질문의 답은 두 개입니다. 한 곳은 북극, 다른 한 곳은 남극의 북쪽(지구 원주가 1.6㎞인 지점에서 북쪽으로 1.6㎞ 떨어진 곳)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