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으로 채권 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돈맥경화’ 우려에 빠졌다. 여전사의 주요 자금 조달처인 채권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서다. 자금난에 처한 일부 중소형 캐피털업체는 규모가 큰 기업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며 유동성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 업계 중상위권인 A캐피털사는 최근 기업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 환경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대규모 대출을 할 여력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채 금리, 올해 2%P 폭등…자금줄 마르는 카드·캐피털사
여전사들의 자금난은 채권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 위축 때문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는 회사채의 일종인 여신전문금융채권을 발행해 운영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올 들어선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여전채 금리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발행사의 부담은 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전날 연 4.467%로 올 들어서만 2%포인트 넘게 뛰었다. 대형 캐피털사가 주로 분포한 AA-등급 3년물 금리는 연 4.695%까지 올랐다. 201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전채 금리가 유독 치솟으면서 국고채와의 격차(스프레드)도 1년 전 0.33%포인트에서 전날 0.8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고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체감하는 시장 상황은 금융위기 수준”이라고 했다.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린 여전사들은 앞으로의 금리 상승분까지 채권 이자에 반영하는 변동금리부채권(FRN)이나 단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지난달 카드사는 전체 채권 발행 규모의 40%에 이르는 8700억원을 FRN으로 조달했다. 그만큼 향후 이자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채권에 비해 만기가 짧은 CP 발행도 크게 늘었다.

금리 급등으로 카드·캐피털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준금리가 올해 연 2%, 내년에 연 2.5%로 오를 경우 국내 7개 카드사와 29개 캐피털사의 이자비용이 내년에 각각 4800억원, 1조43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각각 추정 세전이익의 16.7%, 30.5%에 이르는 규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