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현 대동 총괄사장
원유현 대동 총괄사장
대동(총괄사장 원유현)은 1947년 경남 진주에서 ‘농업 기계화를 통한 사업보국(事業輔國)’의 기치로 창업주 고(故) 김삼만 회장이 설립했다. 1962년 업계 최초로 동력 경운기를 생산 보급하고 이후 1960~70년대에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도 국내 최초로 보급하며 대한민국의 농업 기계화를 선도해 현재까지도 국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농기계 회사로 거듭났다.

2020년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미래농업 리딩기업’ 비전을 선포하고 자율농기계와 농업로봇 등 ‘스마트 농기계’, 새로운 이동 및 운송 수단의 ‘스마트 모빌리티’, 정밀농업 솔루션 기반의 ‘스마트팜’ 등 미래농업 3대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1792억원, 영업이익은 382억원을 올려 창립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상황 1 국내 농업 및 농기계 시장 축소
도전 1 대형화·스마트화로 매출 극대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000년 403만1000명에서 2010년 306만2000명, 2020년 231만400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가구원 중 고령층 농업종사자는 2010년 87만5000명에서 2020년 90만2000명으로 늘어난 반면 가구원 중 청년층 농업종사자는 2010년 15만6000명에서 2020년 6만1000명으로 줄어들어 농가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농지면적도 2010년 1만7550㎢에서 2020년 1만5605㎢로 약 11% 줄었다. 국내 트랙터 시장은 농업 인구와 농경지 감소와 맞물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만3900여대에서 2019년 1만600여대로 약 24% 줄었다.

반면 농업 인구 감소로 1인당 평균 경지 면적은 연평균 1.3% 확대되면서 2020년 7040㎡에 이르렀다. 2029년에는 7920㎡로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국내 농기계 시장은 단시간 내 많은 농작업을 할 수 있는 100마력 이상의 고마력대 대형 농기계의 시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동은 이에 핵심 사업인 농기계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기계의 대형화, 스마트화’를 우선 추진해 제품가치를 높였다. 관련해 2021년 국산 트랙터 최대 마력인 130~140마력대의 대형 트랙터 HX시리즈를 출시해 대형 트랙터 시장 선점에 나섰다.

1억원 초반대의 이 제품은 대동의 플래그쉽 모델로 국내 최초로 트랙터 조작 편의성을 높이는 직진자율주행 기능, 모바일로 트랙터의 원격 제어 및 관리가 가능한 텔레메틱스 서비스 ‘대동 커넥트’ 등의 스마트 기능을 채택해 고객 제품 가치를 높였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품질 자신감으로 지난해 업계 최초로 트랙터 10년 무상 보증 서비스를 시행해 경쟁사와의 서비스 차별화로 국내 1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나 국내 농기계 시장 축소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매출(개별기준)이 2020년 대비 2021년에 약 11% 증가했다.

상황 2 코로나로 핵심 시장 축소 우려
도전 2 주력 시장 성장세 포착해 공략

대동은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65%가 해외 수출로 발생한다.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가 핵심 거점 시장으로 이중에서도 북미 수출이 가장 크다.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해 북미 시장에서의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은 생산 물량을 축소하거나 또는 공장 셧다운으로 제품 적기 공급의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대동은 코로나로 인한 자택 체류 시간이 증가하면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던 탈도심화, 재택근무, 전원농장을 운영하는 하비파머(Hobby farmer)가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기회라 생각해 더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전개했다.

북미 현지 트랙터 공급 물량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고객 프로모션,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 기부 등의 마케팅, 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또 자사의 수출 브랜드 ‘카이오티(KIOTI)’의 북미 현지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류현진 선수가 소속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에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는 메이저리그 마케팅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대면 교육 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기술/서비스 교육을 위한 영상 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채널을 운영해 카이오티 제품을 판매하는 북미 딜러들의 영업 및 서비스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대동의 예측과 대응은 맞아떨어졌다. 북미에서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은 10% 이상씩 성장했다. 대동의 트랙터 및 운반차 소매판매량은 2020년 1만6600대에서 2021년 2만2000대로 전년비 32% 증가했다.
대동의 대형 트랙터 HX시리즈
대동의 대형 트랙터 HX시리즈

상황 3 새로운 성장 동력 필요
도전 3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진출

세계 1위 농기계 회사 존디어는 농기계와 건설장비 사업 투트랙으로 2021년 5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동은 신성장 동력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며 계열사 대동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기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다각화로 오랜 시간 농기계 사업을 영위하면서 구축한 기술 및 제품 개발 역량, 생산 및 서비스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2000년대 후반 레저 목적의 골프카트와 아웃도어 작업 목적의 다목적 운반차 등을 선보이면서 대동의 모빌리티 사업은 시작됐다.

제품 라인업을 크게 가드닝 모빌리티(승용잔디깎기, 다목적 운반차) 레저 모빌리티(골프카트) 퍼스널 모빌리티(스마트 로봇체어, E-바이크) 등으로 정리했다. 대구국가산업단지에 10만2265㎡로 신공장을 올해 하반기 완공한다.

기술 및 제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3월 라스트마일 배송에 특화된 배터리 교환형(BSS) 전기이륜차 시장의 진출을 선언하고, 모빌리티 선도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플랫폼 운영 경험 및 정보기술(IT)을 적극 접목하는 업무 협력을 맺고 라스트마일 시장에 대한 포괄적 연구를 준비중이다.

또 5월에는 자동화 전동화 지능화 등의 스마트 모빌리티 핵심 기술력 강화와 제품 개발을 위해 카이스트와 공동 운영하는 ‘대동-카이스트 모빌리티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대동은 이 연구센터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기술과 우수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AI기술을 탑재한 전동 제로턴모어(승용잔디깎기), 원격관제와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동 다목적 운반차와 라스트 마일의 핵심 모빌리티로 부상할 저속운전차(LSV) 등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론칭할 계획이다.

현재 레저와 가드닝 모빌리티 사업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대동의 골프카트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25%에 육박하며 현재 시장 2위를 넘보고 있다. 승용 잔디깎기는 북미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출시 첫해인 2019년 대비 올해는 판매량이 420%까지 증가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E-바이크, 스마트 로봇체어 등을 양산 판매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어 퍼스널 모빌리티도 기대해 볼만하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대동은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창립 이후 국내 1위를 놓치지 않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지속 성장해 ‘내수 중심의 토종 농기계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100년 역사의 글로벌 미래농업 리딩기업’으로 탈바꿈해나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데는 국내외 농업·농기계 시장을 개척한 시장 선도자로서의 대동의 기업DNA가 작용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는 국내 시장에 없던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업계 최초 개발 보급하면서 국내 농기계 시장을 만들었고 확고한 시장 1위로 등극했다. 1980년대부터는 해외 시장 개척을 본격화면서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등에 법인을 두고 시장을 공략해 현재 북미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 3위까지 올라갔으며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무역의 날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20년 ‘미래농업 리딩기업’ 비전을 선포하고 국내 경쟁업체들 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 농업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마트 농기계에 있어서는 농기계 자율주행 4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직진자율주행 기능을 채택한 이앙기, 트랙터를 2019년, 2021년에 업계 최초로 선보여 국내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팜에 있어서는 최소 자원으로 최대 수확을 거두는 정밀농업 솔루션 개발을 위한 스마트 팜 사업에 진출, 올해 농작물 생육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스마트 온실을 서울사무소에 구축했다.

농업 시장에서 대동의 최종 목적은 무인화, 자동화, 전동화다. 이를 염두하고 고출력을 요구해 아직까지 매연기관이 대세인 농기계 시장도 장기적으로 전동화 될 것으로 보고 전동 기반의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의 속도를 높이면서 전동 농기계 개발도 추진 중이다.

2021년 농기계 제조기업 이미지가 강한 ‘대동공업’이라는 사명을 대동으로 변경해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꾀하고, IT기업과 같은 소통과 협업의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공간 혁신을 단행했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일하는 방식부터 생산, 물류, 판매, 사후관리(AS) 등의 혁신 등 조직 체질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인구의 증가, 국내외 농경지의 감소와 이상 기후,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유행성 질환 그리고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다양한 이유들로 식량이 국가 안보적인 이슈로까지 떠올랐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대동은 기회라 본다.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도 성장했듯이 기회 요소를 찾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 100년 역사의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김진원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터는 STP 전략, 4P mix 전략을 수립하기 앞서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마케팅 프로세스의 가장 기초 단계인 “SWOT 분석”을 실행해야 한다.

SWOT은 알파벳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인데, 각각 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협)을 의미한다. 마케터는 SWOT 분석을 통해 자사의 향후 마케팅 전략 설정에 필요한 인사이트와 방향성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때 SWOT의 각 영역을 서로 조합하면 더욱 깊이 있는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점과 기회를 합쳐 S/O(Strength-Opportunity)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자사의 강점을 가지고 기회를 살리는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S/T(Strength-Threat) 전략은 자사의 강점을 활용해 현재의 위험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W/O(Weakness-Opportunity: 자사의 약점을 보완해 기회를 살리는 방안), W/T(Weakness-Threat: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위험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케터는 S/O, S/T, W/O, W/T 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의 객관적 현실과 경쟁 상황, 외부 환경 변화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대동의 경우 우리나라의 농가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층 농업 종사자가 늘어난다는 “위협” 요인에 우선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1인당 평균 경지 면적이 증가하는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었다. 또한, 탈도심화, 재택근무, 전원농장을 운영하는 하비 파머(Hobby farmer)의 증가와 스마트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성장이라는 새로운 “기회” 요인에도 집중하였다.

여기에 대동의 “강점”인 농업 기계 기술력, 글로벌 수출, 영업 및 서비스 노하우 등을 적극 결합하여 새로운 마케팅 방향성을 도출하였다. 예를 들어, 넓은 경작지 재배에 적합한 대형 트랙터를 출시하거나, 스마트 모빌리티 성장에 맞춰 골프카트, 다목적 운반차, 퍼스널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자사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 위협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마케터는 보다 깊이 있는 SWOT 분석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방향성 및 시사점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대동과 같이 오랜 기간 지속된 사업의 경우, SWOT 분석이라는 마케팅의 기초 출발 단계부터 다시 고민해보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때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이다. 이 소설에서 유래된 말이 ‘붉은 여왕 효과’다.

붉은 여왕은 주인공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거울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이면 주변 세상도 같은 속도로 따라 움직였다. 그러니 끊임없이 달려도 겨우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붉은 여왕 효과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변화를 추구하지만, 생태계 역시 바뀌기 때문에 결국 제자리에 머무는 셈이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대동 사례를 붉은 여왕 효과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자. 대동을 붉은 여왕의 거울 나라에서 움직이는 ‘어떤 물체’라고 볼 수 있다. 대동은 최선을 다해 트랙터 사업을 진행하지만(죽어라 뛰지만), 주변 세상의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국내 농기계 시장이 축소되고 코로나로 북미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대동은 ‘농기계 대형화, 스마트화’를 통해 국내 농기계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매출을 오히려 증가시켰다. 북미 시장에서도 마케팅을 통해 판매량을 늘렸다. 거울 나라에서 제자리를 벗어나는 성과를 보인 것이다.

대동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주변 세상의 속도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사실 비즈니스에서는 제자리 유지도 무척 힘든 일이다. 빠르게 변하는 경쟁환경에서 도태되지 않는 것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붉은 여왕 효과를 깨뜨리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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