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상승기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작업에 들어갔다.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지만 민간 은행에 대한 ‘관치 금융’이란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 인하와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형태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로 하고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복현 '이자장사' 경고에…은행들, 대출 금리 인하 착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책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결정한다.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본부와 영업점장 재량으로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21일 여신 관련 회의를 열고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이자 부담 완화 방안이나 프로그램을 시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주요 여신 담당 부서 회의를 열고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5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한시적으로 내린 뒤 이를 종료하지 않고 이어가기로 했다.

발 빠르게 대출금리를 내린 은행들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전날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0.36%포인트, 변동금리는 연 0.3%포인트 낮췄다. 농협은행도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해 대출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은행권에선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금융을 주무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91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오는 9월부터 은행들의 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