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4.5%)를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4.7%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달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21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지난달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상향 수정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더욱 높여 잡은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전망보다 대외적 여건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졌고, 중국의 상황도 더 나빠졌다”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배럴당 109달러 수준에서 이달 배럴당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했다”고 했다.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보다 높을 것이란 게 이 총재의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6·7월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달 금통위 예상보다 유가 상승 속도와 국내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지난달 예상한 물가 상승률보다 높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가면 빅스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빅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물가가 올랐을 때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가계부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잠재성장률인 2%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