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사흘 만에 전고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장중 상승폭은 줄었지만, 미국의 긴축 기조가 더욱 강화되면서 1300원대를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10전 오른 1292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7월 14일(1293원) 후 12년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 15일 1290원50전을 기록한 지 3일 만에 전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70전 오른 1291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295원30전까지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것은 17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기는 견고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무조건적(unconditional)’으로 노력하겠다”며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ed는 보고서에서 현 경제 상황을 각종 수학 공식에 반영했을 때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연 4~7%로 올려야 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등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로 분류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원화 약세(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추 부총리가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오후 들어 둔화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 방문해 “환율 수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준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시장에서 불안 심리 등으로 과도한 쏠림이 있을 때는 관계당국이 적절하게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과 함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거래까지 더해지면서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며 “하반기에 달러 강세 흐름은 약화하겠지만 한때 13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