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 관광 스타트업인 엑시옴스페이스(엑시옴)가 한국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5억달러(약 644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일명 ‘우주 호텔’로 불리는 상업용 거주 모듈을 건설하기 위한 용도다. 한국에서 사상 첫 우주 부동산 투자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사모펀드가 독점권 확보

"우주 부동산에 투자하세요"…美스타트업, 韓서 자금 유치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엑시옴은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 스트라이커캐피탈을 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고 총 5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한국에서 유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시리즈C 단계로 예정 금액은 10억달러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엑소옴은 시리즈B까지 총 1억5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드레이크 매니지먼트, TQS어드바이저즈 등 24개 기관 및 기업이 엑시옴의 투자자다.

엑시옴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와 우주 관광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개인 관광객 3명과 엑시옴의 우주비행사 1명 등 총 4명을 ISS에 보내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엑시옴은 2024년까지 ISS에 우주 여행객을 위한 상업용 거주 모듈을 설치해 운영하는 계획도 NASA로부터 승인받았다.

스트라이커캐피탈은 고가 골프클럽 제조사인 마제스티, 수원여객 인수 경험을 가진 사모펀드 운용사다. IB업계 관계자는 “이태경 스트라이커캐피탈 대표가 엑시옴 창업자 등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우주 산업에 관심이 있을 법한 기업에 투자 제안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에 없던 신사업?

스트라이커캐피탈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부동산 자산’이라는 점을 투자의 핵심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까지 자금 모집을 완료할 예정이다.

우주 부동산에 실제 투자할 기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둔 한화그룹과 대한항공 등 항공우주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라이커캐피탈 측은 출자 후보군을 백화점, 호텔 운영사 등으로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VIP’ 고객을 보유한 기업들이 우주 호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낙 생소한 분야라 기업들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IB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엑시옴이 한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능력을 감안해 국내 사모펀드에 독점권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우주 산업이 한국에서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