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리스크·평판 악화에…카카오, '알짜' 모빌리티 매각 강수
카카오가 2015년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 자회사다. 무료 메신저 앱 카카오톡이 ‘국민 앱’으로 성장했지만 수익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많던 시절, 모빌리티 사업은 미래 수익원으로 인식됐다.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분할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마케팅 역량과 플랫폼의 지원을 받아 또 하나의 국민 앱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카카오T 가입자 수는 30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5464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운수업계에서 시작된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플랫폼 독점 논란이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번지면서 손발이 묶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계륵’이 됐다.

카카오 없이 밸류업 가능

규제 리스크·평판 악화에…카카오, '알짜' 모빌리티 매각 강수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인수를 카카오에 제안한 건 카카오의 이 같은 고민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떼어내면 사회적 비난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몸값이 8조원 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사들일 수 있는 인수 후보는 찾기 힘들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플랫폼을 해외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것도 카카오에는 어려운 선택지다. 운용 자산이 32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유일한 인수 후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MBK파트너스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로부터 독립하면 오히려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의 대표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통한 트래픽(유입자 수)이 상당수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독립된 앱인 카카오T를 통해 3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 플랫폼의 지원 없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인 카카오와 달리 MBK파트너스는 유연한 기업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격 눈높이 맞추는 게 관건

거래 성사의 관건은 가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8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이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TPG 등 기존 투자자들이 경영권이 바뀌는 거래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칼라일과 TPG는 카카오가 지분을 팔 때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태그얼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할 경우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거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카카오와 FI들이 여전히 기업공개(IPO)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카카오는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CS), 모건스탠리, 씨티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을 상장 주관사단으로 선정한 상태다. 최근 금리 상승과 증시 조정으로 시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약 36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확보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IPO를 통한 투자회수를 넘어서는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MBK파트너스여도 거래 규모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매각 측과 인수 측이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킨 카카오모빌리티를 쉽게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창재/차준호 기자

▶기사 전문은 마켓인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