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미얀마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포스코그룹의 7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식량사업 타격을 받고 있다.

곡물 거래량 800만t→390만t

29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날 가동이 중단된 지난 2월말부터 이날까지 손실을 본 곡물 물량은 약 45만t으로 추산된다. 올 한해 터미날 가동 물량(175만t)의 25% 수준이다. 지난 13일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날 법인 매출은 26억9000만원, 당분기손익은 9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곡물터미날 하역업을 담당하는 하역법인은 15억8300만원이 손실을 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9월 국내 상사업계 최초로 해외 곡물터미날(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을 준공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유럽과 중동에 옥수수, 밀 등의 곡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공급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신규 구매 및 판매 계약은 전면 중단됐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손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미얀마에서도 쌀 도정법인을 운영 중인데 올 1분기 5억3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미얀마 쿠데타의 여파로 현지 사정이 악화된 영향이다. ‘유럽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과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 그리고 쿠데타 등이 맞물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2020년 800만t, 2021년 665만t 수준이던 거래량은 올 1분기 97만t으로 줄었다. 연간 거래량으로 추산(약 390만t)해보면 2년 전의 반토막 수준이다.

“우크라 영농기업 지분투자 검토”

그럼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간 국가 식량 안보에 대한 기여를 강조해왔다. 포스코그룹의 100대 사업과제였던 식량 사업은 지난 3월 포스코가 지주사체제로 전환되면서 7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달 25일 기업설명회에서도 포스코홀딩스는 “국내 식량 상황을 감안했을 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중장기적으로 우크라니아 현지 영농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식량위기는 이번 전쟁으로 고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도 되지 않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터미날은 일종의 곡물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가가 낮을 때는 곡물을 저장해뒀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 파는 식으로 가격 변동성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곡물터미날 지주사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관련 사업을 더욱 고도화시키기 위해서는 최적 지배구조로의 전환의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뿐만 아니라 다른 종합상사들도 식량사업을 확장하는 데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 3곳을 운영 중인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안에 연간 캐파를 늘릴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팜 사업에 진출한 삼성물산 역시 팜오일 국제가격이 상승하자 수출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팜유 가격은 t당 6575 말레이시아 링깃이다. 1년 전에 비해 64% 급등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