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10㎞에서도 풍절음·노면 소음 들리지 않을 만큼 정숙
롤스로이스의 세단 ‘뉴 블랙 배지 고스트’는 차 이름처럼 조용했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110㎞로 달려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아 커튼을 치면 잠이 들 정도로 정숙했다. 차 위쪽엔 별빛을 수놓은 듯한 1340개의 광섬유 램프가 빛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최근 이 차를 타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김포시 기착지까지 왕복 80㎞를 시승했다. 차 길이가 5546㎜에 공차 중량이 2490㎏으로, 크고 무거운 차라 운전대의 감각도 둔할 것이라는 편견이 바로 깨졌다. 가속 페달을 밟자 스포츠카처럼 가·감속이 빨랐고, 좌·우회전 때도 운전대를 끝까지 감자 민첩하게 반응했다.

장애물 사이를 통과하는 슬라럼, 미끄러지듯 코너를 통과하는 코너링 등에서도 운전 재미가 느껴졌다. ‘쇼퍼 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이 아닌 ‘오너 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으로도 손색이 없는 차였다. 다만 최근 신차에 적용되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등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진 않았다. 직접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적용하지 않은 듯했다. 이 차량의 시작 가격은 5억5500만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에 따라 옵션 폭이 달라져 수억원을 더 쓰는 고객도 많다”며 “차량 가격에도 불구하고 IT업계 종사자 등 30~40대 차주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 배지는 롤스로이스 최초의 정규 비스포크(개별 맞춤 생산) 라인업으로, 2016년 처음 공개됐다. 롤스로이스는 블랙 배지 모델의 색상 조합을 4만4000여 개 제공한다. 애완동물의 털 색깔, 좋아하는 꽃 색깔 등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차량은 국내에서 지난해 225대, 올 1~4월엔 79대 판매됐다. 이 가운데 고스트 모델은 각각 109대, 33대 팔렸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