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에 비해 금액이 많고 과정이 복잡해 고객들이 대면 절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점차 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이 담보물 대상을 아파트 이외 주택으로 확대하고 서비스도 고도화하는 등 경쟁에 나서면서다.

비대면 주담대 '좋아요' 늘자…5대 은행, 서비스 속속 레벨업
작년부터 은행들은 금리와 한도 같은 조건 확인부터 대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모바일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100% 비대면 주담대를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2020년 8월 은행권 처음으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하긴 했지만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이나 생활자금 마련 등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포함한 ‘완전 비대면 주담대’ 첫 상품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우리WON 주택대출’이 꼽힌다.

그동안 비대면 주담대 대상은 아파트로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시세가 명확히 책정돼 있는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시세를 조회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감정평가 업체와 제휴를 통해 아파트 이외 주택의 시세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대표적이다. 근저당 설정이나 소유권 이전 같은 등기 작업도 법무대리인과 협력해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비대면 주담대 잔액은 5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4321억원)보다 1299억원(30%)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이 정도 증가율을 보인 것은 유의미하다”고 했다.

인터넷은행들도 비대면 주담대 공략에 고삐를 죄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월에 주담대를 취급하기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누적 약정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1400억원에 이른다. 카뱅은 아파트만 취급하고 있는데 빌라나 다세대주택 등으로도 주담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도 연내 주택자금 마련 목적의 주담대를 내놓기로 했다.

은행권에선 초장기 주담대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하나은행을 필두로 5대 은행 모두 최장 만기를 기존 30~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대출을 갚아야 할 기간이 늘어나면 월 상환 부담이 줄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