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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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예요. 중견회계법인이 15년차 회계사를 연봉 2억원 이상 주고 영입한 사례도 있어요.”(IB업계 관계자)

회계 업계의 ‘구인난’이 점입가경이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회계 업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일반 기업, 금융회사,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까지 회계사들을 경쟁적으로 채용하면서다. 5년차 ‘주니어’ 회계사의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등 몸값이 나날이 뛰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하기로 했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빅4’ 회계법인은 “기업으로 이직했다가 돌아오는 경력직도 와주기만 하면 대환영”이라며 ‘외도’했던 회계사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 기업·IB 업계도 ‘러브콜’ 경쟁

"회계사 턱없이 부족"…빅4 스카우트 전쟁
회계사 인력난은 2018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에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이 시행되면서 회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감사에 투입된 회계사 수는 2017년 114명에서 지난해 175명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2017년 57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8명에서 80명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다 일반 기업들이 회계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으로 영입하면서 인력 쟁탈전이 심해졌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PEF 운용사, 투자은행(IB) 등도 경쟁사다. 한 PEF 관계자는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핵심인 PEF의 특성상 회계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견 법인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삼덕·대주·신한 등 중견 법인들은 지난해부터 ‘빅4’ 수준의 연봉과 추가 성과급을 경력직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력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A보험사에 CFO로 갔던 15년 경력의 한 회계사는 최근 중견 회계법인에 ‘연봉 2억원+알파’를 조건으로 입사했다. B카드사에서 근무하던 5년차 회계사는 C회계법인에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고 들어갔다. C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으로 이직해도 언제든 다시 회계법인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MZ세대 신입 회계사도 ‘모셔오기’

신입 회계사들도 수혜자다. 삼정KPMG는 올해 390명의 신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7년 연속으로 신입 회계사를 가장 많이 고용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19년에는 433명이나 뽑았고 2020년 271명, 지난해 390명 등 매년 300~400명을 새로 채용한다. 삼일PwC도 지난해 385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신입 공개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EY한영과 딜로이트안진도 올해 감사 부문에서만 각각 250여 명을 뽑기로 한 걸 감안하면 ‘빅4’에서만 1300명이 넘는 회계사를 새로 채용할 전망이다.

회계법인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당근’도 마련하고 있다. 유연근로제, 스마트오피스, 복장 자율화 등은 기본이다. 삼일PwC는 감사로 바쁜 시기가 끝나면 일했던 시간만큼 쉴 수 있는 ‘리프레시’ 제도를 도입했다. 삼정KPMG는 입사 후 글로벌 엘리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3년 동안 스스로 학습 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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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