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은 1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기준을 충족한다는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지주회사는 DB그룹 비금융 계열사의 지배 역할을 하는 DB아이엔씨가 맡는다. DB그룹이 소유한 △DB하이텍(12.42%) △DB월드(33.97%) △DB에프아이에스(100%) 등 3곳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DB하이텍이 각각 26.94%, 49.71%를 보유한 DB메탈, 동부철구는 손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DB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포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시 2년 내 지주회사가 계열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DB그룹은 DB하이텍 지분을 12.42%만 갖고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DB하이텍의 시가총액은 3조2278억원에 달한다. 지분 17.58%를 추가 확보하려면 최소 5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DB아이엔씨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67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DB그룹이 DB하이텍의 매각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DB그룹 측은 DB하이텍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DB하이텍은 DB그룹에 남아 있는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DB하이텍만큼은 뿌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주요 경영진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DB그룹이 올해 공정위에 지주회사 전환 대상을 신청한 것은 DB아이엔씨 자산이 지난해 6020억원으로 늘어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DB아이엔씨가 2000억원 이상 대규모 차입에 나서는 방식으로 공정위 지주회사 규정을 피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2000원 이상 차입에 나서면 자산 총액이 8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자회사 주식 총액이 자산 대비 50% 아래로 떨어진다. 지주회사 지정 요건 중 하나를 피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관련 사안은 2년 유예기간 동안 충분히 고민하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내년 1월부터 DB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