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값이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엔화 가치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008억엔으로 집계됐다. 1년 전(4820억엔)과 비교해 24.6%, 올 1월(5163억엔)보다 16.3% 증가했다. 3월엔 엔화 예금 급증세가 더 두드러졌다. 3월 한 달간 638억엔 늘어나며 올해 증가분(845억엔)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엔화 예금이 급증한 것은 3월부터 엔화 약세가 본격화하면서 유학생 및 무역업체 등의 저가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도 미리 환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엔화 가치의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달러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엔화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맞물리면서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달 28일에 200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30엔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조만간 달러당 135엔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달러 가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원30전 오른 1277원70전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때 1280원을 웃돌았다. 장중 기준으로 2020년 3월 23일(1282원50전)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와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5% 상승한 103.94를 기록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545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9억달러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 가치가 오르자 달러를 쟁여뒀던 사람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 환율에 도달하면서 달러 예금을 찾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