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다. 중소기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만큼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후보자는 “제가 임명된다면 최소한 ‘납품단가를 연동해야 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계약서에 들어가도록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린다’는 약정서를 추가하는 정도는 중기부 이름으로 입법화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이런 증거가 있어야 논란이 됐을 때 기업이 자기를 변호하거나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2차전지,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등 미래성장 분야의 벤처 설립 지원과 펀드 신설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정부가 벤처기업에 7조7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중 과반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생명공학, 의료업종에 투입되는 등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국가가 단기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부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리스크가 있는, 국가적으로 견인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계획에 투자하는 펀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육성 방안에 대해서 “작년에 7개가 만들어졌는데 ‘글로벌펀드 상륙’이 큰 이유 중 하나”라며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만큼 글로벌펀드 유치도 이를 견인할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 벤처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서 “지방 소외 현상이 없도록 인큐베이팅부터 자금(지원)까지 일원화해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질의에는 “센터가 능동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퇴직 후 몇 년간은 기업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장관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의사가 있느냐. 기업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질의하자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재차 “공개적인 답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네”라고 답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창업한 벤처기업이 그가 자문위원으로 있던 국책연구소의 연구용역을 수주하는 과정 등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됐다. 조 의원은 이어 이 후보자가 지난 20년간 기업인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거론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겠나”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중소기업의 입장과 소상공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이 있을 때 기업인 쪽으로 입장이 기울어지는 게 아니냐는 조 의원의 질의에 “이공계열을 공부했던 것이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지금껏 데이터나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했지, 친하거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판단하는 훈련이 안 돼 있다”고 답변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