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과 골프용품 유통사인 AK골프의 관계를 “피보다 진하다”고 평가한다. 전국 31개 롯데백화점 매장 중 14개 매장에서 AK골프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끈끈한 관계가 ‘계륵’이 돼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 1등’을 내세우며 롯데백화점을 고품격으로 바꾸려는 정준호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의 전략과 ‘중저가 골프채 시장의 강자’인 AK골프라는 존재가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백화점들은 급격히 성장하는 골프시장을 잡기 위해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주요 점포 골프 매장에 대한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클럽을 추천하는 골프숍 티노파이브를 비롯해 골프존마켓의 ‘고급 버전’인 골프존 트루핏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혼마, 마제스티 같은 초고가 골프클럽에 특화한 백화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골프숍 고급화에 나서면서 롯데백화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AK골프와 동거를 계속할 것이냐, 변화를 꾀할 것이냐가 정 대표가 처한 딜레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AK골프는 주로 일본 브랜드 등 중저가 클럽을 위주로 성장해왔다”며 “최근 공급망 문제와 원재료 수급 불안으로 골프채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타이틀리스트 등 고가 상품군은 2위인 AK골프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적을 감안할 때 롯데가 당장 AK골프와 관계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골프채 등 용품 판매로 거둔 매출은 900억원가량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약 3배에 달한다.

롯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골프존마켓과 AK골프의 ‘1등 전쟁’에도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올해 전국에 100개 점포를 추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