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골칫거리’ 자회사인 SK텔레시스가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매각한다. 무더기 손실이 쌓이면서 모회사인 SKC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수혈받고 있는 SK텔레시스는 이번 연구소 매각으로 경영 정상화에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텔레시스는 내달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SKC가 지분 81.4%를 보유한 SK텔레시스는 2009년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직후 ‘적자 터널’에 진입했다. ‘W폰’이란 휴대폰 브랜드로 피처폰과 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결과다. SKC는 적자를 이어온 SK텔레시스에 2012년 9월과 2015년 4월 각각 199억원, 700억원을 추가 출자한 데 이어 2015년 7월에는 반도체케미칼 사업부를 넘겼다.

SKC가 SK텔레시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을 놓고 당시 SKC 경영진이던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거듭된 자금 지원에도 SK텔레시스는 2020년 3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3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회사는 작년 8월 팬택C&I에 통신장비 사업체인 SKC인프라서비스를 789억원에 매각했다. 6월에는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매각한다. 이번 연구소 매각으로 SK텔레시스는 580억원가량의 매각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판 등 반도체 부품소재 사업을 통해 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기반을 마련한 만큼 SK텔레시스도 올 하반기에는 경영 정상화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SK텔레시스의 정상화는 모회사인 SKC의 족쇄를 풀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재료로 평가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SKC가 SK텔레시스를 완전 흡수합병하거나 다른 자회사인 SKC솔믹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청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