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방위산업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방산기업을 통폐합하고 있다. 2일 민간 평가회사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분석한 올해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지수를 발표한 2005년(14위)보다 여덟 계단 상승했다. 방산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7위) 영국(8위)을 모두 제쳤다. 1위는 미국이며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이 2~5위를 달리고 있다.

국방기술력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한국은 9위로 내려간다. 차세대 무기를 개발할 만한 덩치를 갖춘 방산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한화 등 네 곳에 불과하다.

미국은 1990년 60여 개이던 계약업체를 2020년까지 25개 수준으로 줄였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 유럽과의 군사력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대대적인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 주도로 방산기업을 통폐합했다. 11개 항모전단을 보유한 미국의 조선 방산업체는 헌팅턴잉걸스와 제너럴다이내믹 두 곳에 불과하다. 1990년 여덟 곳에 달하던 조선 방산업체를 두 곳으로 통폐합한 결과다. 국내 조선 방산업체가 8개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프랑스는 DCN이라는 단일 국영기업으로 함정조선소를 통합했다. 영국은 군함뿐 아니라 항공기, 지상 장비 등 전 분야 업체를 BAE시스템스가 흡수했다. 이 회사는 유럽 최대 방산업체로 꼽힌다. 독일은 분야별로 1개씩의 주력업체를 선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도 IAI, 라파엘, 엘빗 등 3개 방산업체를 대형화하고 600개 협력업체를 전문화·계열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에선 항공 분야에서만 방산기업 통폐합이 이뤄졌다.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이 KAI로 통합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우려되던 대형 업체의 독과점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국 대표 방산기업이 경쟁사 역할을 해 준 결과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