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세대가 증여받은 농지에서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양도소득세 100%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문제는 토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을 때다. 농사를 짓지 않는 토지 소유자에겐 원칙적으로 양도세를 중과하고 미처분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당장 농지를 처분하기 어려운 토지 소유자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임대수탁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려받은 땅' 농사 안 지으면 세금폭탄…농지銀에 맡기면 피할 수 있다

비사업용 토지 여부가 관건

농지 관련 세제는 일반 부동산 세제와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은 ‘농지는 경작자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 제121조 제1항에 명시했다. 다만 제2항에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는 법률을 통해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농지를 물려받은 사람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그 땅이 소득세법상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해당 농지가 사업용 토지(일반 부동산)로 인정받는지 여부에 따라 양도소득세율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자가 토지를 보유하는 기간 중 일정 기간 토지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는 일반 세율 6~45%에 10%포인트를 가산한 16~55% 세율의 중과세가 이뤄진다. 연 2%, 최대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종류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이른바 ‘3·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율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입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작년 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농지의 경우 토지 소유자가 소재지에 살면서 농사를 지은(재촌 자경) 기간이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양도일 직전 3년 중 2년 이상 △5년 중 3년 이상 △보유 기간의 50% 이상 등 세 조건 중 적어도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가 8년 이상 토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직접 경작한 농지를 해당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로부터 증여받는 경우에도 해당 농지는 사업용 토지로 인정된다. 부모가 증여 전 8년 이상 재촌 자경 조건을 충족한 경우, 자녀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매도 시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농·임·축산업용 땅에서 경영하지 않으면 땅을 팔아야 한다. 미사용 사유가 발생한 뒤 1년 내 처분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1회 부과된다.

농지은행 통해 임차하면 절세 가능

그렇다면 양도세 중과세와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농지은행이 운영하는 농지임대수탁사업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은 노동력 부족, 고령 등으로 직접 영농이 어려운 농지를 위탁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농업인에게 다시 임대하는 사업이다.

임대수탁사업은 농업법인이나 대규모 농장으로 운영되는 큰 땅뿐 아니라 1000㎡ 이하 소규모 농지도 수탁이 가능하다. 지목이 농지가 아니더라도, 실제 농지로 사용 중인 땅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위탁은 5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 사업을 통해 임대된 농지는 사업성 농지로 인정된다. 농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아도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부모의 경작기간을 포함해 8년 이상 위탁 시 그 기간 동안 자경이 인정돼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의 재촌 자경 기간이 8년이 되지 않은 토지 소유자가 이 사업을 통해 농지를 위탁하면 5년 이상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뒤 양도세 중과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토지 소유자는 이 사업을 통해 세제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농사를 짓는 임차농은 생산을 늘리고 직불금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