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박모씨(35)는 올해 초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에 특화한 신용카드를 다시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 입국자 격리로 지난해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을 올 하반기에 가기로 해서다. 그는 “새 카드로 마일리지를 열심히 쌓고 코로나 이전에 모아뒀던 마일리지까지 합쳐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에 쓸 것”이라고 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비행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이 재개되자마자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주는 카드도 올 들어 다시 발급량이 2~3배씩 급증하고 있다.

"올 휴가 해외로"…마일리지 카드 발급 3배 급증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대한항공카드’는 올 1분기 발급 규모가 1년 전보다 175% 늘었다. 현대카드가 2020년 대한항공과 함께 출시한 첫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이 카드는 결제액 1000원당 대한항공 마일리지 최대 2~5마일을 적립해 준다. 마일리지 카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삼성카드의 ‘& 마일리지카드’도 올 1분기 발급량이 193% 증가했다. 이 카드는 1000원당 대한항공 마일리지 최대 2마일을 쌓아주고 인천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혜택도 준다.

롯데카드도 마일리지 적립에 특화한 신용카드 발급량이 1년 새 153% 늘었다. 이 회사가 지난달 출시한 ‘아멕스 플래티넘 아시아나클럽 롯데카드’는 약 3주 만에 1500장이 발급됐다. 연회비가 5만5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카드인데도 소비자의 호응이 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매스티지(대중성을 강화한 명품) 상품 가운데 이례적인 발급 속도”라고 했다.

항공 마일리지뿐 아니라 해외 가맹점 관련 혜택이 좋은 카드도 인기가 높아졌다. 해외에서 결제하면 결제액의 최대 3%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KB국민카드의 ‘가온글로벌카드’는 1년 새 발급량이 두 배로 뛰었다.

항공 마일리지는 최저 유효기간이 10년이어서 오랫동안 모았다가 한 번에 쓰기 좋다는 게 장점이다. 카드 한 장을 꾸준히 쓰면 그만큼 마일리지 적립액이 커지기 때문에 카드 여러 장을 돌려쓰며 각 카드의 혜택만 골라 쓰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을 어려워하는 카드 소비자에게도 적합하다. 카드비교사이트 카드고릴라 관계자는 “마일리지 카드마다 기본 적립률은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의 소비 패턴과 맞는 ‘특별적립’ 영역을 확인하고 카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카드사도 이를 감안해 단순 적립 외에 이색적인 혜택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대한항공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긴급충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필요한 마일리지를 충전해 일단 쓰고 나중에 카드 이용으로 쌓은 마일리지로 갚을 수 있는 일종의 ‘후불 마일리지’ 서비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달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신청 건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