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출고대기장. 사진=신현아 기자
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출고대기장.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11일 정오 경기 평택시 칠괴동 소재 쌍용자동차 출고대기장. 쌍용차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과 대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스턴, 소형 SUV 티볼리가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물량이 많이 없었다. 만드는 대로 족족 빠져서다. 대기장 일부 구역은 휑하기까지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급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예년보다 물량이 많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앞. 사진=신현아 기자
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앞. 사진=신현아 기자
차로 2분 거리 쌍용차 공장 정문 쪽도 작년 이맘때 방문했을 때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1분에 많게는 네다섯 대 꼴로 물류를 실은 5t 화물트럭이 드나드는가 하면 위장막을 두르고 주행 시험에 나서던 차량도 눈에 띄었다. 회사 안팎에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직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해 다소 을씨년스러웠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쌍용차 2교대로 전환? 대기 물량 1만3000여대

쌍용차는 지난달 말 에디슨모터스와 인수합병(M&A) 계약 무산으로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 불발로 회사 내 사기가 떨어질 법도 했지만 직원들은 재매각에 대한 의지가 뚜렷해 보였다.

52시간 근무 기준 내에서 잔업과 특근을 반복하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칸을 중심으로 주문량이 늘면서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 1만3000대를 빠르게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정문 쪽에서 만난 한 쌍용차 직원 정모씨는 "인수 상황이야 어쩌겠나. 좋은 곳으로 인수되길 바라며 현재로선 각자 제 몫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앞. 사진=신현아 기자
11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앞. 사진=신현아 기자
쌍용차는 최근 2교대로 전환해야 할 만큼 상황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2021년 말 기준 직원 4517명 가운데 절반이 무급휴직에 들어감에 따라 현재 1교대만 가동 중이다. 필요할 때 잔업과 특근으로 주문을 소화하는 식이다.

올 1분기 쌍용차 판매량은 2만32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8000대를 넘겼다. 내수·수출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체 판매가 지난해 3월 대비 20% 증가했다.

반도체 부품난 완화와 동시에 올 2월 출시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에 이어 오는 6월 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프로젝트명) 출시가 예정돼 판매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품 수급 문제 때문에 2교대로의 전환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J100 등 물량이 이보다 더 늘면 2교대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들도 쉴 틈이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에 머플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는 "매각 이슈가 무색하게 최근 매일 같이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 상권은 여전히 '침울'…"손님 2~3명밖에"

폐업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쪽 한 식당. 사진=신현아 기자
폐업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쪽 한 식당. 사진=신현아 기자
하지만 평택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쌍용차의 경영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지역 상권 상황은 암울했다. 쌍용차 정문 앞 식당은 이제 단 한 곳만 남았을 정도다. 들어가 보니 손님도 한 팀이 전부였는데 쌍용차에 방문했다가 나온 화물트럭 기사들이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운영 중이던 인근 설렁탕집도 폐업해 흔적만 남아있었다.

후문 쪽 식당가 상황도 마찬가지다. 점심 시간대 직원들로 북적였을 식당에는 일반인 비중이 높았다. 상권이 침체된 가운데 점심시간이 40분으로 줄어 사내 식당을 이용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쌍용차의 경영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어느 정도 (직원들로) 찼는데 이젠 점심때 직원들 2~3명밖에 안 온다"며 "코로나도 코로나인데 회사가 힘들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평택지역 30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는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쌍용차가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쌍용차 인수의지를 밝힌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 구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날 쌍방울그룹은 매각주관사인 EY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쌍용차는 이번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스토킹 호스' 방식의 계약 체결을 위한 인수 매수권자(인수 예정자)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다음주께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정해 놓고 별도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매각 방식이다. 입찰 무산 시 매수권은 인수 예정자에 돌아가지만, 인수 예정자보다 더 좋은 조건의 입찰 희망자가 나오면 계약 대상은 바뀔 수 있다.

평택=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