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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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에도 3조원 가까이 줄면서 5년 만에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올 들어선 5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연초 시중금리 급등과 주택 거래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위축된데다,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한도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다. 새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를 필두로 대출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면서 당장 대출을 받는 대신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3조1937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7438억원 줄었다.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석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은행권이 DSR을 자율 도입했던 2016년 12월~2017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은행들이 앞다퉈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한도를 복원하고 대출 금리를 인하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는데도 전달보다 감소폭이 60% 가까이 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신규 대출을 안 받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도 가능하면 갚으려는 차주가 늘었다"며 "통상 연초에는 상여금, 연말정산 환급금 등으로 가계의 자금 사정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출을 상환하는 사례도 더 많다"고 했다. 최근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6%를 넘어섰다.

3월 대선이 끝난 이후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대출 규제 완화가 실현되길 기다리는 대기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을 받으면서 대출 규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꽤 많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규제지역에서 기본 20~40%로 묶여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80%까지 완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매매가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주담대는 아예 금지하고 있는 규제도 풀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DSR 규제에 대해서도 일부 함께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온다.

가계대출이 세 달 연속 감소하면서 5대 은행의 올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말과 견줘 5조8592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1분기 가계대출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역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2월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6조7174억원으로 전달보다 650억원 증가했다. 소폭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월평균 2조원 넘게 늘었던 지난해보다는 크게 증가세가 줄었다. 대출 규제 여파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2조4579억원 감소한 133조3996억원이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폭증했던 전세자금대출도 올 들어 증가세가 진정되고 있다. 지난달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3349억원으로 전달보다 393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기 전체로는 전년 말보다 2조383억원 늘어나, 1년 전(5조6010억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대차 3법으로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신규 전세대출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