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제2스튜디오의 설립 방안을 ‘현금출자’ 방식으로 확정했다. 당초 물적분할 방식으로 새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소액주주의 반발과 정치권 규제 움직임에 직면하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새 설립 법인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M&A)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2월 9일자 본지 A1, 3면 참조

CJ ENM, 물적분할 포기
CJ ENM은 24일 공시를 통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용 영상과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를 담당한 스튜디오를 자본금을 납입하는 현금출자 방식으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CJ ENM은 앞서 지난해 11월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를 9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물적분할을 통해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설립 방식을 재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새 스튜디오 설립안이 확정되면서 CJ ENM은 국내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제작 중심의 제2스튜디오, 글로벌 제작을 담당하는 엔데버콘텐트, OTT를 맡은 자회사 티빙 등 ‘사각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신설법인은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기존 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현금출자를 택하게 되면서 CJ ENM은 제작 역량과 관련한 유무형 자산을 신설법인에 제대로 이전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신설법인은 국내외 제작사의 추가 인수를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글로벌 콘텐츠그룹인 월트디즈니컴퍼니를 롤모델로 한 CJ ENM의 청사진도 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즈니는 대표 자회사인 디즈니픽처스 외에 복수의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고 각 스튜디오의 독립성을 보장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초부터 내부적으로 이를 본뜬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구축해 지식재산권(IP) 수입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진출에 돌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