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식품관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박한신 기자
지난 14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식품관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박한신 기자
정준호 대표 취임 이후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운 롯데백화점은 최근 ‘테스트베드’인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식품관 운영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외부 업체들이 식품관에 입점해 식료품을 파는 ‘특정매입’ 형태에서 롯데백화점 바이어들이 직접 프리미엄 식료품을 조달하는 ‘직매입’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한발 앞서 직매입으로 식료품 고급화에 공을 들여온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6일 “프리미엄 식품이 백화점 고급화의 또 다른 첨병역할을 하는 상품군이라고 판단해 방향을 수정했다”며 “강남점을 시작으로 연내 수도권으로 직매입 점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고급화 첨병 된 초고가 식품

국내 백화점들의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과 한 알에 2만원, 갈치 한 마리에 7만원(지난 14일 현대 압구정본점 기준)에 이르는 고급 식료품 시장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강남점을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이랜드 킴스클럽 등에서 직매입 경험이 풍부한 바이어들을 데려왔다.

롯데백화점의 ‘참전’은 프리미엄 식료품이 백화점 고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과거 고급 패션·명품 브랜드가 담당했던 역할이 이제는 먹거리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승패가 고급화 여부로 판가름 나고 있는 만큼 VIP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군을 늘리려면 식품관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관으로 번진 백화점 '명품 전쟁'
시장 선두권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식품관 매출은 최근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의 경우 2020년 전년 대비 5.4%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엔 16.1% 늘었고 올 들어서도 16.7%(3월 15일까지) 증가했다. 신세계도 같은 기간 5.1%, 15.7%, 15.9%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같은 ‘부촌’ 점포의 경우는 한 해 식품관 매출만 1000억원에 이른다. 상위권 대형마트 점포 전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얼마를 주든 최고급으로”…차별화 경쟁

과거 대형마트 등도 뛰어들었던 프리미엄 식료품 시장은 최근 백화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했던 SSG푸드마켓은 2016년 이마트로 넘어간 뒤 2018년 목동점, 2019년 부산 마린시티점을 폐업했다. 현재는 도곡점과 청담점만 영업 중이다. 할인점인 대형마트와 고가의 최고급 식품 조달이 맞지 않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프리미엄 식품시장이 커지자 백화점들은 차별화된 상품 소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바이어들이 조를 나눠 매일 새벽 청과·채소·수산물 도매시장에 출근한다. 트렌드나 상품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한 바이어는 “뭔가 다른 게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다음날 생산자를 직접 찾아가 계약한다”며 “한 달에 보름 이상은 산지 출장을 다닌다”고 귀띔했다.

프리미엄 식품은 매출에 비해 이익률은 크게 떨어진다. 이익보다 백화점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상품군이어서다. 한 백화점 식품 바이어는 “성인 팔 길이만 한 생선, 아기 머리만 한 사과 등 구하기 힘든 상품을 조달하려면 생산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판매가격이 거의 조달 원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